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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광주형 일자리’ 위기 뒤엔 현대차 ‘입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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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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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자기업 37곳 중 19곳이

자동차 관련 업체로 드러나

임원도 현대차 출신이 차지

노동계에 최후통첩 주총서도

현대차 ‘강경 대응론’ 관철

한국노총 “고양이에 생선”


광주형 일자리가 적용된 국내 첫 사업장인 (주)광주글로벌모터스가 현대자동차의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모터스는 노사 상생을 표방하며 설립된 국내 유일한 회사지만 출자자의 절반 이상이 현대차와 부품협력업체 등 자동차 관련 기업이다. 주요 임원 자리도 현대차 출신들이 차지했다.

9일 경향신문이 글로벌모터스의 주주 명부를 분석한 결과 출자자 37곳 중 19곳이 자동차 산업과 관련된 기업으로 나타났다. 2300억원의 자기자본 중 광주그린카진흥원을 통해 483억원(21%)을 우회 투자한 광주시가 1대 주주다. 2대 주주는 437억원(19%)을 투자한 현대차다. 광주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3개 은행이 660억원, 광주·전남지역 건설사 9곳이 345억원을 투자했다.

단일 업종으로는 자동차 관련 기업이 가장 많았다. 경기와 대구, 광주 등 전국 18개 자동차부품 제조사가 모두 325억원(14.1%)을 투자했다. 현대차 협력사 8곳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위아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도 상당수다. 이들의 투자액을 모두 합하면 762억원(33.1%)으로 광주시 투자액을 훌쩍 넘어선다.

투자자의 절반 이상이 자동차 업계인 만큼 글로벌모터스 주총에서 현대차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가 대표적이다. 한국노총의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해 소집된 주총에서는 ‘강경 대응’을 주장한 현대차의 의견이 관철됐다.

주총 참석자들에 따르면 현대차는 “노동계를 압박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결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광주시가 “광주시노·사·민·정협의회의 등이 예정된 만큼 기다려 달라”고 맞섰지만, 주주들은 4시간여의 논의 끝에 현대차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은 “4월29일까지 노사 상생 발전협정서 이행과 정상화가 되지 않으면 사업 진행 여부 등의 조치를 주총을 소집해 결정한다”고 결의했다. 사실상 노동계에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주총에서 일부 현대차 협력업체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고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모터스 임원도 현대차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2명의 상임이사 중 1명인 박광식 부사장은 현대차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했다. 임원급 본부장 3명 중 2명도 현대차 출신이다. 재경본부장은 현대차 부장, 생산기술본부장은 기아차에서 간부로 일했다.

특히 재경본부장은 글로벌모터스에 자동차 생산을 위탁할 현대차와 ‘위탁 단가’ 등을 협상해야 하는 중요한 자리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광주 광산구 빛그린산단에 신축되고 있는 공장 설립 공사를 맡았다. 부지매입비를 뺀 총 공장 건설비용은 3922억원이다.

한국노총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현대차가 현대차 공장을 짓고 현대차 출신이 자동차 위탁 단가를 결정한다”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핵심 요구사항인 노동이사제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대차의 반대 때문이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지난 2일 “현대차와 투자 협약이 5년 이상 걸린 이유 중 하나가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노·사·민·정협의회는 이날 글로벌모터스 공장 건설현장에서 노동계가 불참한 가운데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광주형 일자리 파기를 선언한 노동계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됐다.

노·사·민·정협의회는 공동 결의문을 통해 “모든 사업 주체는 초심으로 돌아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성공시키고 글로벌모터스를 혁신적 기업으로 키워내야 한다”고 밝혔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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