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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10대라서···.성착취 사건 가해자의 처벌과 보호 사이[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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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박사방·n번방 사건의 가해자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건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커짐에 따라 미성년자에게도 성인에 준하는 처벌, 신상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합당한 처벌’이 필요하지만 소년 보호의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검거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피의자 221명 중 65명이 10대다. 103명인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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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으로 꼽힌 ‘부따’ 강모군이 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오고 있다.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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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 중에서도 10대가 상당수 있다. 조주빈(25)의 공범으로 알려진 ‘태평양’ 이모군은 만 16세,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를 받는 ‘로리대장태범’ 배모씨는 만 19세다. 경찰이 추적 중인 n번방 창시자 ‘갓갓’도 범행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텔레그램 성착취방 운영자였으나 현재 관련 제보를 하고 있는 ㄱ씨(25)는 “성착취방 운영자의 40%가 10대, 상당수가 20대 초·중반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게임 메신저인 디스코드에서 성착취물 채널을 운영·유포한 혐의로 검거된 남성 10명도 대부분 미성년자였다. 운영자 중 한 명은 범행 당시 12세 초등학생이었다.

초등학생이 성착취물 채팅방 운영…중고생 등 남성 10명 검거

전체 소년범죄 건수는 최근 수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살인은 12건에서 9건으로, 강도는 1144건에서 215건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성범죄는 예외다. 경찰청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유사강간, 기타강간(분류에 포함되지 않는 강간)을 저지른 18세 미만은 2010년부터 꾸준히 1800~2000건대를 유지하고 있다.

불법촬영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범죄로 검거된 인원은 2011년 572명에서 2018년 1521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디지털 성범죄를 따로 집계한 통계는 없지만 정보기술(IT)에 익숙한 이들 세대의 특성상 성착취물에 대한 접근이 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10대 가해자도 성인과 다름없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다. 청소년의 경우 현행법상 만 19세 미만이면 소년법을 적용받는다. 이로 인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됐다. 10대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요구하고, 14세인 형사 미성년 연령(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이 안되는 어린이·청소년)을 13세로 낮추자는 주장에도 힘이 실렸다.

전문가들은 10대 가해자 처벌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합당한 처벌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수정 변호사는 “청소년 교화의 관점에서도 접근해야 하지만, 죄를 덮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가담 정도에 따른 합당한 처벌은 해야 한다. 기존 관행대로 (가볍게) 처벌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도 지금까지 죄를 죄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재련 변호사는 “엄중 처벌이라는 것이 중형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라며 “심각한 정도로 가담한 사람에 대해서는 단기라도 실형 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인과 동일한 정도의 처벌을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부정적이었다.

김재련 변호사는 “주범 외에는 신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주범이라도 그가 소년이라면 소년 보호의 원칙을 포기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현숙 탁틴내일 청소년성폭력상담소장도 “처벌 자체보다 자기가 한 행동을 직시하고 피해자에게 공감·반성하며 자신의 행동을 멈추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성폭력을 10대만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저는 남자고 페미니스트입니다>의 저자 최승범 교사는 “정보화 기기 사용에 능한 10대가 성인들의 여성혐오 문화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여성혐오 정서를 그대로 배웠다”고 했다. 조주빈에 대한 ‘악마화’가 사건의 본질을 흐리듯, 10대의 특성만 따로 분석하려는 시도가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성평등·인권 교육을 해야 한다”며 “몇몇 교사의 노력이 아니라 교육부 차원의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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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아름 areumlee@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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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공개에 대해서도 경찰은 미성년 가해자는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디지털 성범죄 수사 결과, 현재 274건과 연관된 221명을 검거해 이 중 32명을 구속했다”며 “현재 성착취물 제작·유포 3건, 재유포 10건을 포함해 240여 건을 더 수사 중”이라고 했다.

검거된 피의자 221명의 연령대는 20대가 10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대 65명, 30대 43명, 40대 50명, 50대 이상 6명이었다. 텔레그램 성 착취물 유통 및 소지 등과 관련된 자수자는 지난 주보다 한 명이 늘어 5명이 됐다.

경찰은 디지털 성범죄 유형을 네 가지로 구분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에게 강제로 불법촬영물을 찍게 한 뒤, 이를 불특정 다수가 모인 방에 돈을 받고 유포해 검거된 조주빈이 ‘성착취물 제작·유포’에 해당하는 제 1유형이다. 이들 방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재유포’한 이들이 제 2유형에 속한다. 박사방 등의 영상은 아니지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법촬영물을 찍어 이를 개인 대 개인 간 매매한 이들은 제 3유형인 ‘유포’에 속한다. 제 4유형은 ‘기타 디지털 성범죄’로 합성물 또는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거나 유포한 이들이 포함된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국민들이 공분한 이유는 1유형처럼, 피해자를 공갈·협박해 불법 촬영물을 찍어 이를 사람들이 모인 대화방에서 ‘관전자’를 모아 판매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유형은 이들 영상을 다시 재유포했다”며 “1, 2 유형에 대해서는 경찰청 차원에서 인력 등을 제공해 수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경찰은 검거된 이들에 대해서는 각각의 상황에 맞춰 신상 공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디지털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미성년 가해자들 일부가 붙잡혔지만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는 신상공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단이 채팅앱 ‘디스코드’를 통해 아동 성착취물을 판매·유포한 혐의로 검거한 10명 중에도 상당수가 10대였고, 직접 채널을 운영한 3명 중 한 명은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으로, 지난해 범행 당시엔 초등학생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주빈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부따’ ㄱ군(18)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서울중앙지법 김태균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사실 중 상당 부분이 소명됐다”면서 “범행내용과 피의자의 역할 및 가담 정도,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이며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 점 등에 비춰 높은 처단형이 예상된다”고 영장 발부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의자는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고, 아울러 소년법상 소년인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부득이한 사유도 있다고 인정된다”고 했다.

ㄱ군은 박사방 내에서 ‘부따’라는 대화명을 사용하며 박사방 참여자들을 모집·관리하고 범죄 수익금을 조씨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ㄱ군은 조씨 측이 박사방 ‘공동 운영자’로 언급한 인물 중 하나다. 앞서 조씨의 변호를 맡은 김호제 변호사는 “조씨 외에 ‘부따’, ‘사마귀’, ‘이기야’라는 닉네임을 가진 3명의 박사방 관리자가 더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사마귀’와 n번방 시초로 불리는 ‘갓갓’은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자료를 맞춰보며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ing@khan.kr

조문희 기자 moony@khan.kr

고희진 기자 gojin@kh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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