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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차명진 망언’ 면죄부 준 미래통합당, 아직 정신 못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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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미래통합당 경기 부천병 차명진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중앙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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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윤리위원회가 10일 ‘세월호 망언’을 한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를 제명하지 않고 탈당 권유를 결정했다. 열흘 안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제명하는 중징계라고 설명했지만, ‘눈속임’일 뿐이다. 당장 차 후보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4·15 총선을 미래통합당 후보로 완주할 수 있게 됐다. 이보다 확실한 면죄부는 없다. 앞서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9일 “한 번만 기회를 주시면 실망할 일 없도록 하겠다”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차 후보의 제명을 약속했다. 그런데도 미래통합당이 하루 만에 또다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능멸하고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윤리위는 차 후보가 토론회에서 상대 후보가 자신을 짐승으로 비하한 데 대해 방어·해명 차원에서 세월호 사례를 인용한 것이라고 했다. 차마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망언을 방어와 해명이라고 강변하다니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차 후보는 윤리위에 제출한 소명서와 기자간담회에서 총선 승리와 지지층 결집을 위한 계획된 발언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우파가 세월호 사건을 피해가기만 한다면 선거에 질 수밖에 없다. 우파 국민 결집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서 폭로했다”고 말했다.

차 후보에게 면죄부를 준 것은 윤리위가 이날 ‘세대 폄하 막말’로 제명 처분을 받은 김대호 후보(서울 관악갑)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것과도 대비된다. 극악한 망언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를 하며 차 후보에게 총선 완주 기회를 준 건 막판 극렬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결정으로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일부 통합당 지지자들은 “할 말을 했는데 왜 징계하냐”는 불만을 공공연히 드러냈다.

차 후보는 “윤리위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염치없지만 후원금도 부탁드린다”고 했다. 몰염치한 행태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윤리위 결정이 한심하다”면서도 “시간도 임박한 만큼 더이상 이걸로 얘기하기 싫다”고 했다. 황교안 대표는 “윤리위는 독자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더 숙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어물쩍 넘기려 해선 안 된다. 망언 때마다 잠시 머리를 조아릴 뿐 결국엔 당리당략을 계산해 흐지부지해온 나쁜 습성을 버리지 않는다면 국민이 직접 응징에 나설 것이다. 극렬 지지층은 결집할지 몰라도, 상식을 가진 대다수 유권자는 표로 심판한다는 걸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분명히 인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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