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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66] People corrupt p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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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감시하는 카메라는 이제 충분하다. 부족한 건 정치인을 감시하는 카메라다(We don’t need more cameras aimed at citizens. We need more cameras aimed at politicians).’ 무명씨의 글입니다. 전기 영화 ‘그때 그들(Loro·사진)’은 유명 정치인과 그에게 기생하는 군상(群像)의 권모술수와 타락을 들여다본 감시 카메라입니다.

무대는 2000년대 중후반 이탈리아. 연예기획사 대표라고 사칭하는 세르조가 미모의 스무 살 여대생에게 눈독 들입니다. 그가 이 연기자 지망생을 데뷔시켜주겠다며 호화 빌라 파티에 초대합니다. 세르조의 직업은 정·재계(政財界) 인사에게 매춘을 알선하는 일. 그가 줄을 대려는 정치 거물은 호색한(好色漢) 재력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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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는 세 문이 있다. 음욕과 분노 그리고 탐욕이다(Hell has three gates: lust, anger, and greed).'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에 나오는 명구입니다. '지옥'은 '영혼 파괴'를 은유합니다. 이것들을 주체 못 해 법을 부지기수 어기고도 어지간해선 지옥에 안 떨어지는 인물이 있습니다. 베를루스코니입니다.

2008년 4월 선거에서 3선 총리를 노리는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정부(情婦)와 세르조를 부립니다. 수법은 정적들을 뇌물과 성(性)으로 매수하고 약점을 잡아서 목 조르는 것. '나는 예수 그리스도다. 난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 이런 망언으로 악명 높은데도 그가 꿈을 이룹니다. 끝부분에선 8만 명이 집을 잃는 대형 지진이 발생합니다. 경제가 만신창이가 될 걸 예고하는 첫 적신호입니다. 그가 유엔 연설을 위해 뉴욕행 전용기에 오르더니 기수를 나폴리로 돌립니다. 일흔 넘은 총리와 18세 소녀의 광란 파티가 시작됩니다.

‘권력은 사람을 타락시키지 않는다. 사람이 권력을 타락시킨다(Power doesn’t corrupt people, people corrupt power).’ ‘인성이 좋은 이는 권력을 선용(善用)하는 반면 인성이 나쁜 이는 그걸 악용한다’는 게 명구의 메시지입니다. 정치인을 감시하는 가장 우수한 카메라는 투표 아닐까요. 청소년 관람불가.

[이미도 외화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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