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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책과 미래] 코로나 시대의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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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보스턴 셀틱스. 미국프로농구(NBA)의 전설이다. 1956년부터 1969년에 걸쳐 NBA를 지배했다. 이 기간 8연속 우승을 포함해 무려 11번이나 우승했다. NBA 역사상 이 정도 업적을 쌓은 팀은 아직 없었다.

FC바르셀로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세계 축구를 지배했다. 프리메라리가(4회), 챔피언스리그(2회), 피파 클럽월드컵(2회) 등 지구상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 게임에서 무려 15번이나 우승했다. 프리메라리가 경기 92%에서 이기거나 비겼다. 축구 팬들은 이 팀이 패배하는 걸 보는 게 더 어려웠다.

"역사상 가장 압도적이었던 이 팀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캡틴 클래스'(더봄 펴냄)에서 샘 워커는 이 두 팀을 비롯해 미국프로야구의 뉴욕 양키스, 아이스하키의 소련 국가대표팀 등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록을 남긴 스포츠 팀 16곳을 분석해 흥미로운 결론을 끌어낸다.

놀랍게도 보스턴 셀틱스에는 최고의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이 우승 행진을 벌이는 동안 팀 내에는 NBA 최고 득점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대한 선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빌 러셀이다. 보스턴 셀틱스의 기록은 러셀이 입단하고 은퇴할 때까지 시기와 일치했다. 다른 전설적 팀들도 비슷했다. 뉴욕 양키스에는 요기 베라, 소련 아이스하키 대표팀에는 발레리 바실리예프, 쿠바 여자배구 대표팀에는 미레야 루이스, FC바르셀로나 축구팀에는 카를레스 푸욜이 있었다.

워커에 따르면 '최고의 선수'가 '위대한 선수'는 아니다. 자신이 속한 조직을 전설로 만드는 캡틴은 라커룸을 지배하지 경기장을 지배하지 않는다. 근성을 품고 실패를 극복하면서 성공을 향해 꾸준히 도전해 가지만, 그들은 궂은일을 도맡고 보조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며, 말이 아니라 행동을 통해 팀을 하나로 묶는 아교 역할을 한다. 그들은 눈에 띄지 않고, 결코 자신을 대중의 우상으로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마법 같은 전략을 갖춘 최고의 감독도, 아름다울 정도의 기량이 있는 최고의 선수도, 구단의 엄청난 투자와 팬들의 열렬한 성원도 이들 없이는 위대한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

최근 화제가 된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워커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언급하면서 코로나19 시대의 리더로 "카리스마 있고 정치적 계산에 능한 선출직 지도자"보다 "일관되고 정직한 언급, 정보에 바탕을 둔 분석, 끈질긴 침착함"을 갖춘 "전문가 관료"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전대미문의 사태에 필요한 리더는 최고의 선수보다 위대한 선수라는 것이다. 닷새 앞 총선에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누가 대한민국을 위한 '위대한 선수'인가.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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