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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켓 관찰] 배민의 수수료 논란, 독점의 폐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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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배달의민족 수수료 정책 변경으로 인해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자영업을 대표하는 요식업과 매우 밀접한 기업이기에 사람들은 배민의 수수료 정책 변경을 단순한 기업의 의사결정으로만 보지 않는다. 심지어 일각에선 이를 독과점 이슈로 보기도 한다. 머리를 식히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다. 배민의 수수료는 적정한가. 이것이 정말로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인가. 이 변경으로 누가 손해를 보고, 누가 이득을 보는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은 중개수수료를 수입원으로 삼고 있다. 배민은 2015년 중개수수료제를 폐지하는 대신 정액 요금을 내면 광고를 실어주는 모델로 전환했는데, 그것이 울트라콜이다. 배민이 다시 중개수수료제를 도입한 것은 일명 '깃발꽂기'라고 부르는 단점 때문이다. 자금력을 갖춘 사업체가 울트라콜을 제한 없이 여러 개 구매하는 시장 교란이 발생한 것이다.

이 논란은 프랜차이즈 확장기에 일었던 논란과도 비슷한 부분이 있다. 가맹점을 통해 수익을 얻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크게 세 가지 수익 구조가 있다. 로열티, 유통, 점포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국내 가맹점주들이 정률 로열티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프랜차이즈 업체의 평균적인 로열티율은 5% 이상인 데 반해 국내는 3% 선에 불과하다. 또한 아예 로열티를 받지 않거나 정액 로열티를 받는 각각의 비율이 정률 로열티를 받는 경우에 비해 더 높다는 사실은 정률 로열티에 대한 거부감을 잘 보여준다. 이렇게 로열티를 통한 안정적인 수익이 제약돼 있으니 프랜차이즈 본사로선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거두는 방법밖에 없다. 원재료 혹은 상품을 가맹점에 유통하면서 이윤을 통상 이상으로 붙이거나, 점포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가맹비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는 이후 국내 프랜차이즈 확장 과정에서 원가 논란과 과도한 확장이라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이제 다시 배민으로 돌아와보자. 매출의 5.8%라는 수수료는 적정한가. 경쟁 기업에서 형제 기업이 된 다른 배달 기업들의 수수료 정책과 비교하면 확실히 저렴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본사에 비해 제한된 영역을 대행함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정률이란 점에서는 비싸다고 볼 수 있다.

그럼 이것이 독과점의 폐해일까. 배민 입장에서는 독과점 논란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 배민이 적용한 요율은 5.8%다. 요기요는 12.5%, 우버이츠는 20~30%이며 사업 초기에 적용했던 요율이 6.8%였음을 감안하면 분명 독과점을 내세운 갑질이라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번 정책의 최대 수혜자는 울트라콜 하나당 배민을 통해 발생하는 월 매출이 151만7000원 이하인 자영업자이며, 정률제 특성상 배민을 통해 거둔 매출이 큰 자영업자일수록 이번 정책 변경이 불리하게 작용한다. 배민 측 주장처럼 영세 자영업자에게는 분명 나쁘지 않은 변경이다. 광고 효과가 좋다면 그만큼 비용을 더 내야 한다는 것만으로는 배민이 독점으로 횡포를 부리는 악의 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급부가 잘 언급되지 않고 정률제로 인한 요금 증가분을 독과점의 폐해로 인식하는 것은 앞서 프랜차이즈에서 벌어졌던 것처럼 정률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률 자체를 무조건 낮게 잡는다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벌어진 것처럼 불안정한 수익원을 보강하기 위해 다른 수익원을 찾게 될 것이고, 그것이 깃발꽂기와는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배민 측이 정률제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이고 정책 변경의 타이밍 또한 매우 나빴다는 점이다. 결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정책 변경을 철회했다. 물론 지자체가 배달 앱을 만드는 선택지는 더욱 나쁘다. 지자체장이 스타트업 대표 흉내를 하려고 뽑는 자리는 아니니 말이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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