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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설] 소상공인 16%가 "매출 0원", 곳곳에서 '매출 제로'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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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연합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소상공인 16%가 "지난 3월 매출액이 제로(0)였다"고 응답했다. 한 달 동안 매출액이 반 토막 나거나 몇십 퍼센트 감소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단 한 푼도 벌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충격 속에서 자영업자들이 '매출 절벽'에 시달린다는 것은 뉴스도 아니지만 6명 중 1명꼴로 '매출 제로'에 빠졌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긴급 대출 1000만원을 받으려는 소상공인 신청자가 왜 새벽부터 장사진을 이루는지 실감이 난다.

코로나 사태가 50일 넘게 지속되면서 민생 경제 현장 곳곳이 '매출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4월 첫째 주 김포공항에선 국제선 승객이 개항 이후 처음으로 제로(0)를 기록했다. 여행 업계 1·2위 업체의 4월 해외여행 상품 판매 실적은 1년 전보다 99% 격감해 사실상 제로가 됐다. 지난달 대구 지역 공연 시설 151곳에선 단 1건도 공연을 열지 못했다. 전국적으론 올 들어 공연·전시 2500건이 취소돼 관련 업계가 520억원 넘는 피해를 보았다. 영화 관람객이 90% 이상 격감하자 CGV는 영화관 35곳 문을 닫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학교 급식, 행사 대행, 공예, 사진 앨범, 전시 장치, 자판기 등 10여 업종은 대부분 '제로 매출'이라고 한다. 뷔페 레스토랑, 헬스장, 사설 학원, 전세 버스 같은 다중 이용 시설도 매출이 사라진 곳이 속출하고 있다.

민생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숨이 넘어가는데 정부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 1인당 1000만원 급전을 빌려주는 소상공인 경영 지원 자금은 시행 두 달이 다 돼가는데도 여전히 대출 병목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스위스에선 신청 30분 만에 소상공인들에게 돈이 나간다는데, 한국에선 며칠을 줄 서서 기다려도 대출 상담조차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장에선 아우성이 터져나오지만 정부는 "긴 대기 줄이 계속 돼 송구하다"는 말뿐이다. 부도 초읽기에 몰린 항공사들은 선진국 정부들이 다 하는 특별 자금 지원, 지급 보증, 세금 감면 등을 거듭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도 "검토 중"이란 답만 내놓고 있다.

돈줄이 마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적금·보험을 깨거나 빚을 내 버티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에서 개인의 예·적금 중도 해지 건수가 80만건을 기록했다. 작년 3월 대비 43% 급증한 것으로, 이렇게 찾아간 돈이 9조원에 달했다. 지난달 생·손보사 장기 보험 해약금은 3조2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29% 급증했다. 기업들은 은행 빚을 새로 내거나 자산 매각, 순환 휴직 등 온갖 비상 자구책을 동원해 근근이 버티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기업에 특별 대출을 해주고 투기 등급 회사채까지 사주면서 기업의 생존을 돕고 있다. 한국 경제의 기적 배경엔 정부의 정책 스피드와 문제 해결 능력이 있었다. 이 DNA는 이제 흔적도 찾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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