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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데스크 칼럼] ‘신종 바이러스 뉴노멀’ 시대에 앞서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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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이용성 국제부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 경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각국 정부가 바이러스 확산과 경기 침체를 동시에 막아야 하는 해결 불가능한 과제를 안고 전전긍긍하는 사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 "1930년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섬뜩한 표현이 각종 경제 전망에 자주 얼굴을 내비친다.

세계 제1의 경제대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토록 자랑해 마지않던 ‘일자리 창출 신화’는 새로운 바이러스 출현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동제한과 자가격리 확산으로 큰 타격을 입은 미국 항공업계의 승객 수는 순식간에 60여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 1950년대 수준으로 퇴보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전의 경제위기와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전염성이 매우 강한 ‘신종 바이러스’의 등장이라는 돌출 변수에 의해 초래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전 위기 보다 훨씬 고약한 점은 비슷한 위기가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3년전 "바이러스는 핵무기보다 쉽게 많은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세계 국가들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처럼 대비하지 않으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가까운 미래에 수천만명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선견지명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대가를 치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발생했으니 경제적인 접근만으로 해결이 쉽지 않다. ‘백신 개발’이라는 본질적인 해결책 없이는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아부은들 기대만큼 소비가 살아나기 어렵다. 각각 세계 1위, 2위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사사건건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각국이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위해 ‘내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국제 공조 노력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도 이전 위기때와 다른 점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유일한 키워드는 ‘유연성’

그렇다고 절망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가 가져올 변화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파괴적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전적으로 원해서, 준비가 되어 그렇게 하는 건 아니지만 준비가 되길 기다렸다가는 평생을 가도 못했을 혁신을 이루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극도로 불확실한 시대에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다 해도 언제든 다시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직장인들은 다시금 긴 재택 모드로 돌아가고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허둥댄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피할 수 없다.

이참에 온·오프라인 업무와 수업을 유연하게 병행하거나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편이 낫다. 화상 업무와 수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인터랙티브(쌍방향) 소통 기능의 정밀도를 높이고 보안 기능을 강화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국내에서 소위 ‘언택트’로 불리는 비대면(non-face-to-face) 문화도 깊게 뿌리내릴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 비대면 확산 ‘뉴노멀(새로운 생활표준)’이 되면 의료분야와 배송 분야에서는 각각 원격의료(telemedicine)와 드론 배송이 새롭게 주목 받을 것이다. 이들 분야의 국제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한 기술 혁신과 규제 완화에도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지하철역과 쇼핑공간, 호텔과 리조트, 공원 등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공간을 상시적으로 ‘안전거리’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은 해외 관광객의 유치를 위해서도 중요해질 것이다. 바이러스 진단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접목과 감염 우려가 없는 로봇 간호사의 도입, 의료시설과 장비 확충 등 개선의 여지가 있는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국내외 경제 환경이 단기간에 좋아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백신 개발이 늦어질수록 비대면 문화는 되돌리기 어려운 습관으로 고착화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사태의 학습효과와 ‘언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유행할 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소비자들은 외출을 줄이고 지갑을 굳게 닫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면 대외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온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해 핵심 영역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필요한 곳에는 과감히 투자도 해야 한다.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코로나19 사태도 백신 개발과 함께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준비된 이들의 것이다.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도 노력 여하에 따라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용성 국제부장(da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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