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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주가 하락이 반가운 회장님들? 증여세 규모 줄자 대기업 오너 지분 증여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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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3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증시 현황판 앞을 오가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1,500선이 무너지며 급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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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기업 오너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폭락장을 ‘주식 증여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주요 계열사들의 주가가 크게 낮아진 탓에, 지금 자녀나 친척에게 주식을 물려주면 평소보다 증여세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를 고까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합법의 틀 안에서 최대한 절세를 하며 가업승계를 시도하는 것은 외국에서도 종종 있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란 평가도 나온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영인 SPC회장은 지난 8일 장남 허진수 부사장에게 그룹 계열사 중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 주식(보통주) 40만주를 증여했다. 금액으로는 8일 종가(6만6,300원) 기준 약 265억원 규모다. 이로써 허 부사장의 SPC삼립 지분율은 기존 11.68%에서 16.31%로 높아졌다.

앞서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도 지난달 12일 두 아들에게 동서 주식 15만주, 10만주씩을 각각 증여했다. 이에 두 아들의 지분율은 각각 2.37%, 2.13%로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최근 기업 오너들의 잇따른 증여 움직임에 대해 절세 효과를 노린 선택으로 보고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주식 증여세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 총 4개월간의 주식 종가를 평균해 주식 가치를 평가한다. 4월에 주식을 증여한 SPC를 예로 들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매일 종가 평균액이 증여가액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이 기간 중 주가가 다른 시기보다 낮을수록 앞으로 납부할 증여세도 줄어드는 구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까지 걸린 기업들에겐 지금이 주식 증여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최근 주가 흐름을 보고 기존에 발표했던 증여의 시점을 바꾼 경우도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경후 CJ ENM 상무와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그룹 지주사인 CJ의 신형 우선주 184만주를 각각 92만주씩 증여했으나 최근 이를 취소하고 지난 1일 재증여했다.

당초대로라면 증여세는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평균 주가에 최대주주 지분 증여에 따른 할증(20%)까지 더해 700억원이 넘었지만 현재 수준의 주가가 유지될 경우 세금은 500억원대로 줄어든다. 상장 주식은 증여 이후 2개월 간 주가 추이에 따라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절세 차원의 증여시점 선택은 납세자의 합리적 선택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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