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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기후소송 제기 청소년들 "기후위기 방치, 우리 미래 빼앗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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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사는길> 편집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정부와 국회가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난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정부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재판소에 청구서를 제출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 문제의 시급성에 공감한 한국의 청소년들이 주도해서 만든 조직으로 그동안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당사자임을 호소하며 정부를 비롯한 기성세대에 적극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해왔다. 청소년들이 정부를 상대로 기후 관련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시아에서 최초다.

이날 청소년기후행동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 및 그 시행령을 통해서 규정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이번 소송의 쟁점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31일 개정된 저탄소녹색성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2030년의 국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7년의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24.4퍼센트만큼 감축하도록 설정했다. 이에 대해 청소년 원고들은 지구 기온 상승을 2℃ 이하로, 더 나아가 1.5℃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체결한 파리기후협약을 지킬 수 없는 수준이며, 기후변화를 막는데 사실상 실효가 없다고 지적하며 따라서 헌법에서 보장한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및 정상적인 환경에서 살아갈 환경권 등을 보장하지 못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저탄소녹색성장법 및 시행령의 관련 규정들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기준과 규율 형식 등을 정하지 않은 채 정부에 포괄적으로 위임된 것은 헌법 제75조에서 규정한 포괄위임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역시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감축목표를 법률로 정해야 함에도 아무런 기준을 정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35조 환경권의 법률적 보장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대응을 촉구하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송을 제기한 청소년들의 기후 소송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원고로 나선 청소년 김유진 학생과 윤현정 학생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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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3일 청소년기후행동 소속 청소년 19명은 정부와 국회가 기후변화를 방치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청소년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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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유진 : 저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19살 김유진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로 인해 꿈도, 미래도 모두 위협받고 있기에 청소년기후행동을 통해 정부에 즉각적인 기후대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정 : 저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17살 윤현정입니다. 저는 기후위기로 인해 언제 무너질지 모를 미래에서 살아가는 것 대신 안전한 미래를 살아가길 바라기에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도록 활동하고 있습니다.

- 언제 처음 기후행동에 참여하게 되었나요?

유진 : 작년 5월 24일 결석시위에 처음 참여한 것을 계기로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해 오고 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기후위기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고 나서 지금까지 내가 해 왔던, 쓰지 않는 전등을 끄고 물을 절약하는 등의 작은 실천들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계속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이라는 청소년들의 움직임에 대해 알게 되었고, 청소년기후행동이 진행한 5월 24일 시위에 참석한 거예요.

현정 : 저는 청소년기후행동과 함께하게 된 것은 작년 11월이었어요. 작년 여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느낀 뒤로 제가 살고 있는 울산에서 한 친구와 함께 기후위기를 알리는 피켓팅을 매주 진행하고 고기를 먹지 않는 등의 개인적인 실천을 해오고 있었어요. 하지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청소년기후행동이라는 단체를 알게 되었어요. 이 단체의 활동은 제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을 채워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 한국에서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서 기후행동에 나서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떤 활동을 했는지요. 또 그간의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유진 : 작년에는 세 번의 대규모 시위를 열었고, 8월부터 9월까지는 매주 거리에서 작은 캠페인을 벌였어요. 정부 관계자와의 만남과 온라인 캠페인도 진행했어요. 결석시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청소년이다 보니 이런 일을 해 본 경험도 없고, 집회신고 같이 법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결석사유를 인정받기 위해 선생님의 눈치를 보기도 했고, 한창 시위를 준비할 때는 모두 학교와 학원 시간 때문에 회의가 대부분 늦은 밤에 진행되어 생활에 부담이 가기도 했어요.

현정 : 활동을 하며 느낀 점은 사회에서 청소년에게 가하는 압박이 크다는 것이었어요. 기후 행동을 하기 전까지는 청소년으로서 압박을 잘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기후 행동을 하면서 저희를 비난하시는 어른들이나 활동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학교와 갈등을 빚으면서 사회는 청소년들이 그저 학교 안에서 학업에 열중하길 바란다는 것을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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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유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일입니다" ⓒ청소년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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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진 : 청소년기후행동은 지난 1년간 저희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외쳐 왔지만 돌아온 것은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는 '기특하다'는 말뿐이었습니다. 정부가 지금처럼 기후변화에 안일하게 대처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희 청소년들은 직접적이고 실효성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청소년 기후 소송'을 제기하여 책임을 요구하고자 합니다.

현정 : 청소년기후행동은 기후위기의 약자인 청소년들이 결석시위, 정부관계자와 만남, 온라인 캠페인 등으로 활동해왔어요. 그 활동으로 인해 함께하는 청소년들도 늘어났고,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시켰고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이 생겨났어요. 하지만 정부만은 변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해왔어요. 정부의 그 안일한 대응은 청소년들의 수많은 기회들과 안전한 미래, 그리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자신의 안전한 미래를, 자신의 바라는 꿈을,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권리, 미래, 꿈을 빼앗아가는 정부를 가만히 바라보지만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 헌법 소원을 통해 정부가 청소년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길 바랍니다.

-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유진 : 이제는 교과서에서 배워왔던, 쓰지 않는 전등을 끄고 물을 아끼는 등의 작은 실천이 아닌 큰 사회적 변화들이 필요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온실가스 배출이 에너지 부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재생 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과 그에 맞는 사회적 변화들이 절실해요.

현정 : 정부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이 필요해요. 기후위기는 개인적 실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기에 온실가스 배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에너지 생산 시스템을 바꾸는 등의 큰 변화들이 필요해요.

-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유진 :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우리가 어른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일입니다. 지금 당장 현실을 직시하고 우리의 미래를,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현정 : 청소년들이 기후 행동을 하는 것에는 어려움들이 수반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청소년들이 청년이 된 후가 아닌 지금 기후 행동을 하는 것은 그때 가서 행동하기에는 늦기 때문이에요. 그 점을 어른 세대들이 깨닫고 이제는 행동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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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현정 "정부의 안일한 대응은 청소년들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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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소송은 에스앤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의 변호사들이 소송 대리인을 맡았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변호인단은 "이 사건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그들의 생존과 안전의 보호를 어른들에게 헌법적으로 소원한다는 측면에서 특별하다"며 "국민의 헌법적 인권 보호에 대한 최후의 보루인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 대한민국 기후재난 관련 입법의 문제점과 위헌성을 지적하는 판결이 내려진다면,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연합 등 377개 단체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청소년들의 기후 소송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자신들의 미래가 사라져버릴지 모른다는 절망감에 짓눌린 청소년들은 이제 소송이라는 수단을 통해 더 직접적으로 정부와 국회에게 책임을 묻는다. 청소년들은 소송을 통해 헌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싸우겠다고 선언하였다. 이는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세대와 계층이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이라며 기후위기에 대한 절박한 청소년들의 외침에 헌법재판소와 사회는 즉각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기후행동은 현재 온라인(youthclimate lawsuit.kr)을 통해 헌법 소원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지를 요청하는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 시민들의 지지 서명을 모아 헌법재판소의 합리적 판결과 정부의 적극적 기후대응 노력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함께사는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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