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 브리핑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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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한ㆍ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의 4.15 총선 전 타결이 결국 성사되지 못하면서 협정 공백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미 로이터통신은 11일(현지시간) 두 명의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 측이 총선 전 제시한 전년도 대비 13% 인상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13% 인상안은 한국이 제시할 수 있는 최대치”라고도 했다. 10차 SMA 총액이 1조 389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13% 인상은 원화로 1조 1739억원 정도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숫자에 대한 확인은 어렵다”면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최종 10%대 인상안을 제시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반응인 것이다.
올해 2월 미국 워싱턴 펜타곤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 회견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이 "방위비 증액은 미국의 동맹 전반에 대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정효식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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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 측이 제시했다는 ‘13% 인상’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입장에선 오히려 외환위기(IMF) 이후 최대폭 인상안을 제시한 것이다.
최근 인상 폭을 보면 7차(2007년) 6.6%, 8차(2009년) 2.5%, 9차(2014년) 5.8%, 10차(2019년) 8.2% 수준이었다. 과거 2001년 5차 협상 때 25.7% 인상(원화 기준, 총액 4억 7000만 달러)을 한 적은 있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영향으로 인한 환율이 요동친 영향이 컸다고 한다.
이때를 계기로 한·미는 달러가 아닌 원화로 총액 타결을 하는 식으로 바꿨다. 6차 때는 오히려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 감축 계획 등으로 8.9% 감액(총액 6804억원)한 적도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번 협상에서 한국도 이런 부담을 안고 막판에 움직일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미국 쪽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10%대 초반 인상은 미국 측의 처음 제안인 약 50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할 뿐더러, 최근 환율 변동까지 고려하면 전년도 SMA 협상에서 요구해왔던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선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 된다. 외교가 안팎에서 “협상이 미 대선이 임박한 11월까지 갈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열린 장병 격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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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협상에 비춰볼 때 미 정부 고위급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생각하는 마지노선을 다시 전달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2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마크 에스퍼 국방부 장관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6일 전화 통화를 했다.
애초 한·미 간 간극이 워낙 큰 상황에서 “한국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협상 초반 미 정부 인사들이 ‘이번 협상은 결코 쉽게 안 끝날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는데, 최근 청와대에서 ‘우리 쪽으로 올 것’ 등의 낙관적인 반응이 나와 다소 의아했다”며 “한국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상황을 다소 낙관적으로 해석한 것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무급휴직을 앞두고 청와대 고위 인사가 언론에 총액 타결 가능성이 높다는 언급을 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AP=연합뉴스] |
한·미 실무진의 협상과는 별개로 한국 국회 일정도 협상 장기화의 변수가 될 예정이다.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한 한국으로서는 협정 타결이 되더라도, 가서명과 정식 서명,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국회 본회의 상정까지 최소 한 달의 기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 마지막 임시회가 열릴 수 있는 ‘4말 5초’에 맞춘 ‘3말 4초’ 타결이 베스트라는 말이 나왔다. 한 여권 관계자는 “통상 새로운 국회 원 구성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7~8월로 넘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한국 협상팀이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된 3차 협상에서 ‘10차 SMA 대비 삭감’을 제안했다고 보도했지만, 정부는 이날 이 부분은 부인했다. 로이터는 당시 미국 협상팀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간 배경에 한국 측의 감액 요구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한국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양측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일관되게 제시해왔다”고 설명했다. 향후 협상 일정과 관련해 이 당국자는 “한·미 간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추가 협상 여부에 대해 현재로써는 확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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