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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9 (금)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건강한 가족] "호르몬 치료 안듣는 전립샘암 표적치료제가 환자들 새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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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맹찬영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회장

중앙일보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왼쪽)와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맹찬영 회장은 “BRCA 변이가 있는 전립샘암 환자에게 30%만이라도 건강보험 급여를 우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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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샘암 치료는 긴 여행에 비유된다. 진행 속도가 비교적 느리나 그만큼 오래 암과 함께 살아가며 관리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환자는 고령화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전립샘암은 남성에게 네 번째로 흔한 암이다. 65세 이상에서는 두 번째로 많다.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하유신 교수와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 맹찬영 회장을 만나 변화하는 치료 환경에서 환자들이 처한 현실과 의료 현장의 고민을 들었다.

Q : 전립샘암 치료 특징은 뭔가.

하유신 교수(이하 하) 전립샘암은 남성 호르몬이 암 성장을 촉진한다. 이 호르몬을 억제하면 암 진행이 느려지고, 암이 일종의 휴면 상태에 들어간다. 이런 시기를 잘 유지하는 특징이 있다. 그러다 암스스로 생존하려고 변이를 일으키면 호르몬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단계로 접어든다. 전립샘암은 호르몬 치료에 반응이 좋은 시기와 저항을 보이는 시기(거세저항성)로 나뉜다. 호르몬 불응성은 치료가 가장 어려운 시기다.

Q : 환자는 언제 치료 한계를 느끼나.

맹찬영 회장(이하 맹)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으로 넘어가면 환자는 심리적 충격을 받는다. 긴 투병으로 건강 상태가 이미 나빠진 데다 최근 나오는 신약들은 너무 비싸 엄두가 안 난다. 항암 화학요법 치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제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느낀다. 고령 환자는 심한 부작용으로 고통받고 응급실에 가기도 한다.

Q : 거세저항성에 왜 새로운 치료가 필요한가.

과거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치료에사용되던 약물을 초기 단계에서 사용했을 때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 입증됐다. 이에 해당 약물이 건강보험 급여 대상에 포함됐고, 초기 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이로인해 거세저항성 단계에서 사용할 새로운 치료 옵션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최근 거세저항성 전립샘암 1차 치료에 파프(PARP) 저해제라고 하는 특정 효소를 억제하는 표적치료가 도입됐다. ‘린파자’라는 약은 브라카(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환자에게서 생존율이 향상되는 추세를 보여줬다. BRCA 변이를 가진 환자에서는 질병 진행과 사망 위험을 큰 폭으로 감소시켰다. BRCA 변이는 전립샘암 환자의 20% 내외에서 나타난다. 다만 변이가 없는 환자에겐 효과를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약값이 비싸기 때문에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부담을 느낀다.

Q : 그럴 땐 어떤 치료 전략을 적용하나.

BRCA 변이가 없는 환자는 치료 득실을 고려해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BRCA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치료 효과가 나타났지만 임상 연구는 통계적인 결과다.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장하긴 어렵다. 현재 유전자 검사외에 환자를 선별할 기준은 없다. 환자가 지나치게 치료에 긍정적인 기대를 하면 중립적 시각에서 설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임상 경험상 단기 치료 후 경과를 관찰해 치료를 지속하거나 전환한다.

Q : 환자에게 표적치료제의 의미는 뭔가.

표적치료제는 환자들에게 ‘한 번더’의 치료 기회다. 항암 화학요법 전에추가적인 선택지가 생겼다는 점에서 큰 위안이 된다. 안타까운 점은 써볼 수 있는 약이 있음에도 경제적 여건 때문에 신약 치료를 시도조차 못 하는 환자가 많다. 가족에게 부담 지우고 싶지 않단 마음에 말 그대로 눈물겨운 투병 생활을 이어간다.

특히 고령으로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 약물을 포함한 외부 자극에 취약한 환자군이 있다. 항암 치료를 시작하면 부작용으로 오히려 힘들어질 것이 예측되는 환자들이다. 노인 환자는 항암 중 백혈구 감소증이 발생해 폐렴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

Q : 효과가 분명한데 포기하는 환자도 꽤 되나.

60대 초반에 거세저항성으로 진행한 환자가 있었다. 수술했는데 재발해 호르몬 치료 후 거세저항이 왔다. 기대 여명이 길어 생존 기간을 최대한 연장할 치료가 간절했다. 항암제보다 PARP 저해제가 좋은 선택인 환자였다. 하지만 고가인 신약엔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다. 가장으로서 사회생활을 활발히 하셨고 자녀들도 젊어서 치료에 의욕이 컸으나 경제적 현실이 가로막았다.

Q : 보험 적용이 미치는 영향은 뭔가.

처음에 고가였던 안드로겐 수용체 억제제에 보험 적용이 되면서 전이성 전립샘암 치료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많은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받게 된데에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전립샘암 표준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다음 단계로 표적치료제의 치료 기회가 확장되도록 순차적인 급여 범위 확대를 논의할 시점이다.

BRCA 변이가 있는 환자에게만이라도 먼저 신약 보험 급여가 적용되길 바란다. 30%라도 선별 급여가 지원됐으면 하는 희망이다.



Q : 치료 끈을 놓지 않는 게 왜 중요하나.

전립샘암은 기본적으로 긴 치료 과정을 요구한다. 꾸준히 치료를 이어가면 몇 년 후 더 발전된 다음 단계의 치료법을 만날 것이다. 전공의 시절이던 20여 년전만 해도 거세저항성 전립샘암에는 효과적인 약이 없었다. 통증 조절이 곧 첫 번째 표준치료였다. 지금은 5~10년 전엔상상도 못 했던 표적치료, 동위원소 치료들이 나온다. 지금이 끝이 아니라 치료의 문은 점점 더 열리고 있다.

교수님 말씀처럼 새로운 치료법들이 정말 빠르게 발전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몸 상태를 잘 챙기며 지내셔야 한다.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에서도 돕겠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암 진단을 받으면 처음에는 불안하고 막막하다. 아무리 5년 생존율이 높아졌다고해도 걱정된다. 하지만 치료법들을 하나하나씩 알아가다 보면 점점 길이 보인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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