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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태양절 내부결속·南엔 무력시위…김정은 존재감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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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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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북한이 순항미사일과 공대지 로켓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북한 내부 체제 결속을 노리면서 동시에 남측 총선이 열리는 전날 문재인정부를 압박하는 다목적 카드로 해석된다.

북한은 올해 들어 초대형 방사포를 연이어 시험발사하며 미사일 성능을 개량해왔지만, 공군 전투기를 통해 지상 목표물 타격 능력을 과시한 것은 올해 처음이고, 순항미사일 발사도 3년여 만이다. 표면상 지상과 공중전력의 합동타격훈련 성격이 짙어 보인다.

군 당국은 이날 발사한 북한의 순항미사일은 2017년 6월 8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쏘았던 지대함 순항미사일과 같은 기종으로 평가한다. 당시 이 미사일은 최고 고도 약 2㎞로 200㎞를 날아갔다. 이번에는 150㎞ 이상을 비행한 것으로 평가됐다.

남측 총선을 하루 앞둔 민감한 시기에 도발을 감행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물론 최근 북한 도발 시마다 개최했던 관계장관 회의도 열지 않았다.

북한은 과거에도 선거 때마다 군사 도발을 되풀이했다. 정권을 가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특정 정당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는 남측 사회 전반의 혼란과 좌우 대결을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근혜정부에서 치러진 2016년 제20대 총선 직전에는 신형 지대공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탄핵 국면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 당선이 유력시되던 2017년 대선을 앞두고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지난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내외적으로 큰 압박을 받아왔다. 유엔 경제제재가 풀리지 않아 북한 주민들에게 약속한 경제 발전이 후퇴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선거운동에 집중해 올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이 답보될 위기에 처했다. 게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과의 교역마저 타격을 받아 경제난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주요 대화 상대가 모두 코로나19 방역에 역량을 집중한 상황에서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 군사적 도발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도발 수단 가운데 전투기를 이용한 공대지 로켓과 순항미사일 발사를 택한 방식은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문재인정부에 대한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을 발사하지 않는 한, 군사 도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방사포나 단거리 미사일을 쏘더라도 미국의 안보에 직접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계산한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북한이 네 차례에 걸쳐 신형 방사포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정권을 비난하지 않았다.

순항미사일은 고도가 2㎞가량으로 낮아 레이더로 포착하기 쉽지 않지만 탄도미사일과 달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은 아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에 대해 "사용할 수 있는 전술무기 선택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기존 탄도미사일과 더불어 정밀성의 상징인 순항미사일까지 갖춰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이번 도발 수위가 최고 수위는 아니라는 점에서 남북 대화 재개 여지를 남겨뒀다는 해석도 있다. 순항미사일과 공대지 로켓 발사는 위협적 도발이긴 하지만 신형 잠수함을 이용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나 핵실험,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로켓 발사와 비교하면 전략적 위협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가 끝난 뒤 문재인정부가 대북정책에 더 집중하고 미·북 간 비핵화 협상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을 촉구한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은 문재인정부의 중재자 역할에 불만을 표시하고 남북 대화를 거부해 왔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청와대에 친서를 보내오는 등 대화 재개 여지도 남겨뒀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선거 전날 북한이 순항미사일 발사 도발을 한 것은 이에 대해 한국이 무기력하게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자 북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한미의 양보를 끌어내고자 하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번 도발에는 선거를 앞둔 남측 사회 교란과 더불어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맞아 체제 결속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지난 주말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당과 군의 진용을 개편하는 등 비핵화 협상 장기화를 염두에 둔 체제 정비에 나선 바 있다.

[박만원 기자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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