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망 이용료'를 놓고 두 회사는 지난해부터 첨예한 갈등을 빚어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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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야?
넷플릭스의 한국법인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13일 서울중앙지법에 SK브로드밴드 상대로 '채무부존재를 확인해달라'는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 SK브로드밴드가 그동안 넷플릭스에 '망 운용, 증설 등에 대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는데, 넷플릭스는 "우리가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걸 법원이 확인해달라"는 내용이 골자다.
· 지난해 11월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를 상대로 망 사용료 협상을 문제삼아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접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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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왜 '못 낸다'는 거야?
콘텐트 공급자(CP)에게 망사용료를 내라는 건 이중과금이어서 부당하다는 주장.
· 넷플릭스 관계자는 "우리의 소비자들이 이미 통신사에 매달 통신료로 망 사용료를 이미 내고 있지 않느냐"며 "넷플릭스는 CP로서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콘텐트를 제공하는 사업자"라고 강조했다. CP는 망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넷플릭스는 2016년 1월 한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전부터 SK브로드밴드를 비롯한 ISP들과 망 사용료 협상을 해왔다고 한다. 그때부터 "망 사용료는 못 낸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 그러다 최근 코로나19로 국내 넷플릭스 소비가 급증하면서 넷플릭스도 대책을 모색했다. 넷플릭스는 '오픈 커넥트'라는 일종의 '새벽 데이터 배송 정책'을 도입했다. 일명 '캐시서버'(OCA)를 ISP가 도입하면 ISP의 망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영상 데이터를 한국 소비자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 저장해놨다가 불러오는 기술을 ISP가 활용하라는 것.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 딜라이브는 캐시서버 정책으로 우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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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밴드 입장은?
넷플릭스가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고 있으니 합당한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입장.
· 트래픽 폭증 원인을 제공한 콘텐트 사업자도 망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영상소비가 늘자 ISP는 해외 망을 거듭 증설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지난해 세 차례, 올해엔 네 차례 해외 망을 증설했다.
· 설사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말대로 캐시서버를 도입한다고 해도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 댓가는 따로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캐시서버를 도입하면 ISP가 국제 회선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국내 트래픽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다. 캐시서버에서부터 이용자 스마트폰까지 드라마 '킹덤'을 전달하는 배달비도 넷플릭스가 부담하라는 것.
넷플릭스에서 올해초 공개한 킹덤 시즌2. 넷플릭스 트래픽이 폭증하자 SK브로드밴드 등 ISP 사업자들은 망을 여러차례에 걸쳐 증설했다.[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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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아야 해
이번 갈등은 '콘텐트 서비스를 하는 사업자들이 통신망에 대해 얼만큼의 부담을 져야하는가'에 대한 문제다.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외국에서는 망을 연결하는 데 들어가는 유지 비용에 대해 요금을 산정한다"며 "네트워크에서 처리한 데이터 총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매기는 방식은 한국 외에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망 사용료가 한국에서 유독 비싼 것도 갈등을 키우는 면이 있다. 국내 기업들도 불만이다.
· 국내 OTT '왓챠'의 박태훈 대표는 올해 1월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규제개혁 토론회'에서 "유럽보다 약 15배 비싼 한국의 비싼 망 이용료가 국산 기술, 국내 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와 유지 비용의 세부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반면, ISP는 5G 전국 통신망 등을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구축하는 등 매년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CP도 이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3년간 연간 8000억~9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해왔다.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 역차별 역시 갈등의 한 축이다.
· 국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CP)들은 관련 법령(상호접속 고시)에 따라 통신사들에 망 사용료를 내고 있다. 많게는 기업 1곳당 내는 금액이 수백억이다(네이버 약 700억원, 카카오 약 300억원). 반면, 넷플릭스와 구글 등 해외사업자들에겐 이를 강제하기가 어렵다. 국내 기업들은 '역차별'이라고 수년째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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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어떻게 될까?
넷플릭스가 이번에 소송을 내자, 방송통신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가 지난해 신청한 재정 절차를 모두 중단키로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재정 절차 당사자가 소를 제기하면 방통위는 재정 절차를 중지할 의무가 있다.
· SK브로드밴드 측은 "최근 급증하는 넷플릭스의 트래픽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법원으로부터 소장을 전달받은 뒤 후속 대응 방안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 등 해외 사업자들과 망 사용료에 대한 협상을 지속해야 한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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