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너무 과한 퍼포먼스 아니냐? / 일부 시민, 정치적 표현의 한 방식 환영 목소리
이재도 경북도의원이 17일 삭발을 한 채 시민들을 향해 큰절을 올리고 있다. SNS 캡처 |
포항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경북도의원이 17일 하얀소복에 삭발식을 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이재도 경북 도의원은 이날 오전 7시쯤 포항 형산로타리에서 소복을 입은 채 삭발식을 가진 후 시민들을 향해 1시간가량 석고대죄 퍼포먼스를 했다. 4·15총선에서 포항남울릉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김병욱 당선인의 사무실이 보이는 곳이다. 이 도의원은 김 당선인이 총선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발언을 비난한 사람들에게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한 것에 화답한 행동이라고 했다. 그는 “남구 주민은 당선인의 요구대로 했으니 당선인 자신이 한 말을 지킬 때”라며 공약을 실천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김 당선인이 선거 과정에서 ‘포항은 썩은 땅’이라고 한 말이 논란이 됐다. 그는 당시 “포항이 썩은 땅이라고 표현한 것은 4·15 총선 과정을 지켜보면서 흑색선전과 마타도어가 난무하는 등 서울 등 대도시와 비교할 때 정치적 후진성이 너무 심한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라며 “하지만 이 부분(발언)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상대 후보 측을 중심으로 비난 화살이 쏟아지자 “제가 당선된다고 치고, 저를 비방한 분들은 형산로터리에서 포항시민에 석고대죄해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이후 김 당선인의 총선 승리로 썩은 땅 논란도 가라앉았지만 이 도의원이 삭발식을 하면서 다시 살아났다. 이 도의원은 “시민에게 ‘석고대죄하라’는 말은 ‘패륜’보다 더한 막말”이라며 “포항시민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자존심을 뭉갠 김 당선인의 사죄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를 지켜본 포항시민 박모(49)씨는 “현직 도의원이 이른 새벽부터 소복을 차려입고 삭발식을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총선도 모두 마무리된 상황에서 여야를 떠나 지역 통합과 발전에 시민 역량을 결집해야 하는데 자칫 포항 지역이 정치적 논쟁에 휩쓸릴까 심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평소 시민을 대표해 정치적 소신을 행동으로 옮긴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민주주의 표현의 한 방식이다”고 반겼다.
포항=이영균 기자 lyg02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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