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
아프리카, 중국에선 진단 시료 배송 중
미국에서도 의료 드론 서비스 곧 시작
자가격리 늘면서 일용품 택배도 급증
르완다의 의료진이 집라인의 드론이 투하한 혈액 상자를 회수하는 모습. 르완다는 드론 덕분에 지방의 만성적인 수혈용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했다./집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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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아프리카 가나 보건부는 드론(무인 비행체)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환자의 검체를 시험 배송하는 데 성공했다. 이날 미국 업체 집라인의 드론이 아샨티주의 오지에서 환자의 검체를 싣고 주도(州都) 쿠마시의 병원으로 배송했다. 가나는 지난해 4월부터 백신 등 의약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코로나 감염이 확산하자 진단 시료까지 배송 품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코로나 감염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드론이 다양한 곳에서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20억 명이 넘는 세계 인구를 집에 머물도록 하면서 드론의 유용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드론을 이용해 방역에 나서고 격리된 가정과 병원에 물품을 전달하고 있다.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전 세계 드론 시장이 2019년 114억 달러에서 2025년 202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드론 시장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 이어 미국서도 곧 의료 드론 택배 시작
미국 집라인은 지난 2016년부터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수혈용 혈액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상용 드론 택배였다. 고정형 날개를 가진 집라인의 드론은 2㎏의 혈액 상자를 싣고 날아가 병원 근처에서 낙하산에 매달아 떨어뜨린다. 드론은 왕복 160㎞ 거리까지 비행할 수 있다.
의사들은 드론을 이용하면서 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 르완다에는 출산 관련 사망률이 344건당 1명으로 미국의 20배나 됐다. 대부분 과다 출혈로 인한 사망인데 수혈용 혈액이 없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지방 병원에서 혈액이 떨어지면 수도의 혈액센터까지 다녀오느라 자동차로 서너 시간이 걸렸다. 드론은 이 시간을 15분으로 줄였다. 가나에서는 혈액뿐 아니라 의약품도 드론으로 배달하고 있다. 올해 인도와 필리핀에서도 집라인의 의료 드론 택배가 시작된다.
미국 업체 집라인의 드론이 의약품이 들어있는 상자를 낙하산에 실어 투하하는 모습. 아프리카 르완다와 가나에서 의료 드론 택배 서비스를 하고 있다./집라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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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라인은 미국에서도 르완다나 가나에서처럼 드론으로 혈액이나 의약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 연방항공국(FAA)의 허가를 받아 올 가을 노스 캐롤라이나 주에서 의료 배송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이 계획을 더욱 앞당길 것으로 전망된다.
드론 택배는 교통, 의료 인프라가 나쁜 저개발국가에서 유용성을 입증했다. 아프리카는 도로 사정도 나쁘지만 의약품의 냉장 보관 시스템도 부족하다. 백신이 공급돼도 지방에서는 냉장 보관할 곳이 없어 비축하지 못했다. 드론은 필요할 때 백신이나 혈액같이 냉장 보관이 필수적인 품목을 배송할 수 있다.
하지만 집라인은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의료 드론 택배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드론은 먼저 의약품 배송에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 감염 문제를 차단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 사태처럼 새로운 감염병이 창궐할 때 특히 유용하다. 또한 드론으로 의약품을 신속 배송할 수 있다면 비응급 환자들이 의약품을 구하기 위해 대형 병원으로 몰리는 일을 막을 수 있다. 이 역시 병원 내 감염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혈액이나 의약품의 낭비도 줄인다. 집라인의 켈러 리나우도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드론을 이용한 중앙집중식 의료 배송은 르완다에서 폐기되는 혈액을 크게 줄였다”며 “아마도 미국에서 르완다보다 더 많이 혈액을 낭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집라인은 몇 개월 내 미국에 의료 물류 센터를 가동할 계획이다. 회사는 물류 센터 하나가 1000만 명이 필요한 의료 물품을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나우도 대표는 “18개월 이내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의료 드론 택배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에선 드론으로 소독, 진단시료 택배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처음 시작된 중국은 이미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드론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먼저 소독약 살포다.
중국 방역 요원이 XAG의 농약 살포용 드론을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 소독약을 살포하고 있다./XA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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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는 침방울을 통해 감염된다. 환자를 직접 접촉하지 않아도 침방울이 뭍은 표면을 접촉해도 감염될 수 있다. 소독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다. 중국 농업용 드론 업체인 XAG는 드론 제작업체 DJI 등과 드론을 이용해 바이러스 소독약을 공중 살포했다. 이 회사에 따르면 드론 소독약 공중 살포는 사람이 하는 것보다 효율이 50배나 높았다.
진단 시료를 드론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도 이뤄졌다. 지난 2월 저장성 신창현의 병원에서 환자 시료를 담은 드론이 이륙해 3㎞ 떨어진 질병통제센터로 날아갔다. 육로를 이용하면 20분 걸릴 배송이 단 6분으로 줄었다. 중국민용항공국(CACC)은 진단 시료 택배를 위해 드론 비행 경로를 허가했다. 드론은 하루에 20회 이상 진단 시료를 배송하고 있다.
드론은 코로나로 오가지 못하게 된 주민들에게 생활용품도 배송하고 있다. 자동차로 몇 시간씩 걸릴 배송이 드론으로 10분 만에 해결했다고 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16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드론 실험은 다른 나라들이 현재의 보건 위기에 대응한 방안을 모색하는 데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라며 “특히 공공과 민간 보건 체계가 드론 기술을 통해 융합해 미래의 감염병 대유행을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고 분석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인 윙의 택배용 드론. 지난해부터 버지니아주에서 약국 체인 월그린 등과 손잡고 약품과 일용품 배송 시범 서비스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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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도 코로나로 집안에 머물게 된 사람들을 위해 드론 택배가 인기를 끌고 있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지난해 10월부터 자회사인 윙을 통해 버지니아주에서 드론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최근 코로나로 주민들이 집안에 갇히면서 휴지와 약품에서 커피, 쿠키까지 다양한 생활용품을 드론으로 배송하는 일이 급증했다.
알파벳의 윙 드론은 46m 상공에서 시속 120㎞로 비행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면 7m 상공까지 하강해 줄로 택배 상자를 내려준다. 최근 2주간 1000회 이상 드론 택배 비행이 이뤄졌다고 알파벳은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후 알파벳의 드론 택배를 새로 이용한 가게들은 매출이 오히려 두 배까지 늘었을 정도라고 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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