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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정유·화학사들이 또다시 곤두박질치는 국제 유가에 '검은 2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8.1% 하락한 배럴당 18달러27센트에 거래를 마쳤다. WTI가 2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이다.
에너지 수입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 통상 낮은 원유 가격은 가계·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춰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저유가 사태는 질병 확산에 따른 수요 악화를 동반하면서 산업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으로 석유 제품 수요가 위축되면서 정제 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값·수송비 등을 뺀 것)이 크게 나빠졌다. 정제 마진은 최근 4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정유사들이 원유를 사서 정제해 판매하는 데까지 2~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유가가 단기간 급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의 가치가 떨어져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도 10년 만에 가장 높은 1240원대까지 상승하면서 부담을 키웠다. 그나마 최근 이전 하락폭의 대부분을 반납하며 1210원대로 돌아온 상태다. 1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17.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국내 정유·화학사 실적에는 이런 영향이 그대로 반영됐다. 국내 대표 정유주로 꼽히는 SK이노베이션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7000억원(에프앤가이드 국내 22개 증권사 예상치 집계 결과)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에쓰오일(S-Oil)도 올해 1분기 예상 영업손실이 4700억원이 넘는다.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대형 화학주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망치는 전년 동기보다 각각 42%, 8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LG화학은 영업이익 1590억원, 롯데케미컬은 420억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수출국기구와 산유국 연합체인 OPEC+의 감산 합의에도 국제 유가가 연일 하락하자 2분기 눈높이도 가파르게 낮아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국내 주요 22개 증권사 실적 분석을 집계한 결과 16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예상치는 67억원으로 한 달 전(2711억원)보다 96%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 영업이익 전망치도 1개월 만에 2159억원에서 1154억원으로 47% 가까이 감소했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영업이익 전망치도 나란히 한 달 만에 13%씩 적어졌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2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2752억원, 1877억원이다. 한 달 전 증권사들은 이들이 영업이익을 각각 3182억원, 2161억원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에 따른 단기적인 수요 충격 규모를 감안하면 유가의 상승 반전을 위해선 추가적인 감산 규모 확대나 코로나19 사태 안정화와 훼손된 수요 회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보미 기자 lbm929@ajunews.com
이보미 lbm929@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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