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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태구민 “김정은 건강이상설, 북한 1주 넘게 무반응 이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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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절 참배 않고 9일간 동선 비공개

정보소식통 “14일 미사일 발사 참관

김정은 지방 활동에 김여정도 수행”

윤상현 “평양 봉쇄조치, 뭔가 있다”

중앙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혈관 수술 후 심각한 위험에 빠졌다고 미국 CNN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 위원장의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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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2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건강이상설을 뒷받침할 특이 동향은 없다”며 “김 위원장은 대내외 메시지를 내는 등 정상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군이나 노동당, 내각 등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은 없다”고 했다. 보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 정세와 남북관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위원장 위중설 보도에 따른 충격으로 코스피가 188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98포인트(1.00%) 내린 1879.38로 거래를 마쳤다.

위중설 보도에 코스피 1880선 밑 하락

건강이상설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북한 매체의 보도가 지난 12일 이후 등장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12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주재’와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공군) 사단 관하 추격 습격기 연대 현지지도’ 보도 이후 이날까지 김 위원장의 동선은 9일째 공개되지 않았다. CNN이 위중설을 전했던 21일에도 북한은 이날 밤까지 김 위원장이 주민들에게 생일상을 내려보냈다는 간략한 보도만을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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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노동당 간부들이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노동신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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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두 혈통’에서 권력의 당위성을 찾는 북한에서 김 위원장이 지난 15일 태양절(김일성 주석 생일)을 맞아 매년 해왔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나서지 않은 것도 이상설을 부추겼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지던 지난달 16일(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에도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를 빠뜨리지 않았다”며 “반드시 참석해 왔던 이 행사를 생략한 게 의문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직후 세간에선 수년 전 돌았던 ‘김정은 이상설’이 다시 돌았다. 김 위원장이 국정을 보기 어려워 여동생(김 제1부부장)이 대신한다거나, 2014년 아시안게임 때 방한했던 실세 3인방(당시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용해·김양건 비서)이 실권 장악에 나섰다는 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서 편지를 받았다”고 공개하고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18일)에서 이를 거론하자 북한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반박 성명을 발표한 것도 대북 전문가들로부터 평소와는 다른 ‘특이 징후’로 간주됐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는 좋다고 과시해 왔던 북한이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이라는 평소 등장하지 않았던 낯선 직함으로 “최근 그 어떤 편지도 보낸 적이 없다”며 공개 반박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건 뭔가 내부에 평소와 다른 상황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 돌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NK는 20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 “김 위원장이 평북 묘향산 향산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고 인근 별장에 머물며 회복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어 태구민(태영호·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 국회의원 당선인은 21일 “북한은 체제 특성상 ‘최고 존엄’에 논란이 있을 때마다 건재하다는 행보를 수일 내로 보여 왔다”며 “현재 김정은의 신변이상설이 보도된 후 일주일이 넘은 지금까지 북한이 아무런 반응을 내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당국의 대북 판단은 다르다. 태양절 참배 불참의 경우 당국은 ‘김정은 지방 활동’에 무게를 뒀다. 정보 소식통은 “15일 태양절 참배 때 김 위원장뿐 아니라 최측근인 김여정과 조용원(조직지도부 부부장)도 불참했다”며 “두 사람이 지방에서 움직이고 있던 김 위원장을 수행하고 있었던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14일 강원도 원산 인근 문천지구에서 진행했던 단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현장도 찾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보당국은 이날 적극적으로 건강이상설을 부인했지만 미국 당국이 어떤 입장을 내비치는가에 따라 상황 전개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 입장을 통해 한·미의 대북 정보 공조 여부까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에 출연해 미국은 김 위원장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알지 못하며 사안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폭스뉴스에선 “(건강이상설) 보도를 매우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때 김정은 거친 호흡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향후에도 동북아 정세에서 무시할 수 없는 돌발 이슈다. 최고 존엄 체제인 북한에서 김 위원장 1인의 건강은 북한 내부 정세는 물론 동북아 질서와 직결된다.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때 판문점 북측 회담장인 판문각 앞 계단을 걸어 내려왔을 때 거칠게 호흡하는 장면을 노출했다. 김 위원장 체중은 최고지도자가 된 지 5년 만에 90㎏에서 130㎏까지 늘었다(2016년 국가정보원 국회 보고). 과체중인 그는 줄담배를 피우는 데다 김일성 주석(1994년 사망)과 김정일 위원장(2011년 사망) 모두 심장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동북아 정세의 숨은 변수는 김 위원장의 ‘가족력’이라는 얘기까지 등장하는 이유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건강은 동북아 안보의 ‘돌발변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상현(무소속)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당국 발표와는 다른 얘기를 했다. 그는 “평양에 며칠 전부터 갑자기 완전봉쇄 조치가 취해졌고, 내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북한에서 뭔가 작동되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며 “여러 상황을 보면 김정은의 신변에 뭔가 이상한 징후가 있지 않은지 주변 상황을 보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용수·권호·박용한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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