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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유가와 세계경제

'더 이상 안전자산 아니다'…경제상식까지 뒤바꾼 초저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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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추락에 '돈받고 원유구매'

저장탱크 부족 해소 안되면 다음달 유가도 우려

美 에너지 산업 지키려 원유 수입 금지 검토

"중국 구입 늘려달라" USTR에 호소하기도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사상 초유의 저유가가 기존의 경제상식을 뒤바꾸고 있다. 돈을 얹어 상품을 팔아야 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물론이고 급락이 반복되면서 '전통적인 안전자산'이라는 명성까지 박탈당할 위기에 놓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석유는 물론 에너지 등 산업 전반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그동안 서부텍사스산원유(WTI)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보였던 브렌트유는 24% 떨어져 배럴당 19.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가 배럴당 2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18년 만이다. 브렌트유는 전 세계 원유가격의 기준이라는 점에서 가격하락의 의미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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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2일 한국시간 오전 10시 현재 장외시장에서 배럴당 19.9%(2.3달러) 오른 13.87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앞서 6월 인도분 WTI는 전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43.4%(8.86달러) 하락한 11.57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이날 장중 한때 WTI는 배럴당 6.50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식을 벗어난 저유가가 시장에 미치는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한 외신은 "국제유가가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함으로써 안전자산으로서의 원유라는 상품의 명성은 깨졌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원유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공급량은 유지되면서 더 이상 원유 저장고를 찾지 못한 결과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에너지 산업이 향후 미 증시의 추가 하락을 이끌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2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는 유가 폭락 여파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2.67%(631.56포인트) 하락한 2만3018.88, S&P 500지수는 3.07%(86.6포인트) 떨어진 2736.56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들은 유가 폭락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주식은 물론 러시아나 멕시코와 같은 산유국들의 통화 가치까지 들썩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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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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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의 경우 에너지 산업뿐 아니라 경제 자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위축에 더해 유가 폭락으로 인한 경제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 감소, 해고 등의 여파가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으로 봤다. 특히 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위기는 주가 폭락뿐 아니라 에너지 관련 기업과 거래해왔던 은행 산업 전반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유가가 또다시 나올 가능성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5월 인도분 WTI가 배럴당 -37.63달러로 급락한 것은 선물 거래의 특성 탓인데,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6월 선물 거래 마감 때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원유 저장기업인 네덜란드 로열 보팍의 엘코 회스트라 최고경영자(CEO)는 "트레이더들은 저장고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사실에 굴복했다"고 말했다.


미 정부의 움직임은 빨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미국 석유와 가스 산업이 무너지도록 두지 않겠다"면서 "에너지부와 재정부에 관련 산업 기업과 일자리들이 미래에도 유지될 수 있도록 자금 활용 계획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7500만배럴의 전략비축유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여당인 공화당의 케빈 크래머 상원의원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생산되는 원유 수입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펴고 있다.


미국 에너지 업계는 중국이 사우디나 러시아 대신 미국산 원유를 구입하도록 정부에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석유업계 협회는 미ㆍ중 무역합의에 따라 중국이 미국산 원유를 사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올해 초 미ㆍ중은 무역전쟁을 끝내면서, 중국은 미국산 에너지 524억달러어치를 구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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