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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북한의 두뇌가 이상하다”…김정은 위독설 실체는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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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9일 전선 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또다시 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달 10일 보도했다. 사진은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 위원장의 훈련 지도 모습. 연합뉴스·조선중앙TV


21일 오전 10시30분. 한반도를 포함한 전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미국 CNN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에 빠졌다”고 긴급 보도했다. 국내외 언론들은 CNN 보도를 긴급 타전하면서 한미 정부 당국에 확인을 요청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정부는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금융 시장이 한때 요동칠 정도로 충격파는 컸다.

청와대가 “김 위원장은 지방 체류 중”이라고 밝히면서 ‘김정은 위독설’은 표면적으로는 수습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하지만 극도로 폐쇄적인 북한 체제의 정점인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 내부 정세를 확인하려는 각국 정부의 은밀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김정은 위독설’의 파장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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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모습을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


◆건강 이상 가능성 있으나 위중하지는 않은 듯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불거진 직후 청와대는 “지방에서 활동 중이며, 북한에 특이 동향은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물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의구심은 여전하다.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참배에 불참한 이유를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키 170㎝ 정도에 몸무게 130㎏로 알려진 그는 초고도비만에 해당한다. 여기에 잦은 흡연 등은 그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킬 위험이 높다. 건강 이상설이 계속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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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이상설을 겪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활동 사진을 보면 그의 낯빛과 체중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다.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손을 맞잡은 김 위원장의 얼굴빛은 정상이었다(사진1). 하지만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사진3)와 지난 12일 항공군 추격습격기연대 훈련 시찰 때 김 위원장 모습은 봄볕에 그을렸다고 하기에는 얼굴빛이 심하게 검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사진4). 3월 12일 북한국 포병부대들의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할 당시와 비교해 차이를 보인다(사진2).


한미 정보 관계자들은 북한 매체가 올해 공개한 김 위원장의 사진에 주목한다. 사진에 등장한 김 위원장의 얼굴과 목, 손 등의 특징을 살펴보면 신상의 변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3월 12일 김 위원장이 북한군 제7군단과 제9군단 예하 포병부대 포사격대항경기를 참관했을 당시 낯빛은 정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에서는 낯빛이 검다. 3월의 햇빛에 그을렸다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얼굴과 목, 손에 부기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12일 공개된 북한 항공군 시찰 모습도 이와 비슷하다. 이후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불참하면서 신변 이상설이 증폭됐다.

낯빛이 별다른 이유 없이 좋지 않으면 피부 이외의 질환이 원인일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굴색이 어둡고 얼굴과 손, 발에 붓기가 나타난다면 신장질환이나 간질환, 간염, 당뇨, 수술 후유증 등이 원인일 수 있다.

체중 조절을 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지난해 백두산 등정을 비롯해 최근까지 진행된 지방 현지지도 여파로 건강이 악화됐다면, 치료에 필요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태양절 참배에 불참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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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조선중앙통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김 위원장의 신변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서는 총선 전부터 북한 동향에 대한 첩보들이 자주 거론됐다. 미 국무부와 정보기관들은 김 위원장이 건강 문제와 관련해 수술을 받았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 기류에 밝은 정보 소식통은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미국측은) 위독하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적절치 않지만, 경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원산에 머무르지는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건강 이상이 없었다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 회의 직후 15일 태양절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자 평양에 머물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김 위원장은 15일 태양절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의 열악한 철도 환경을 감안하면, 몸이 좋지 않은 김 위원장이 휴양을 위해 원산까지 전용열차로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이 원산에 머문다는 이야기가 많지만, 미국의 정보능력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김 위원장의 대역을 전용열차에 태워 원산에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반면 실제로 원산에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대북 휴민트(인간정보)가 필요하지만, 코로나19로 북한이 국경을 폐쇄하고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휴민트가 제대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는 감기나 폐렴이 유행하고 있는데, 기침만 해도 격리한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이 크다”며 “춘궁기인데 국경이 봉쇄돼 중국을 통해 몰래 들여오던 외화도 끊겼고 장마당도 타격이 심해 민심이 좋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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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RC-135W 전자정찰기.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찰기 총동원하는 미국…“북한 핵을 찾아라”

김 위원장의 갑작스런 잠행에 한미 군 당국은 북한 동향을 파악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 초부터 한반도에 주요 정찰기를 투입하고 있는 미국은 매일 다양한 기종의 정찰기를 띄워 북한에서 발신되는 신호를 포착하려 애쓰고 있다.

실제로 에어크래프트 스팟을 비롯한 민간 항공기추적사이트에는 하루에 최대 4~5 종류의 정찰기가 한반도를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되는 상황이다. 주한미군 RC-12X와 EO-5C 전술정찰기는 물론 RC-135W와 RC-135U 신호정보수집기, EP-3 전자전기, P-3C 해상초계기, E-8C 지상감시정찰기까지 등장하고 있다. 사이트에 포착되지 않는 무인기까지 합치면 미군 정찰자산이 총동원되는 모양새다.

미국이 연일 한반도에 정찰기를 보내는 것을 두고 대북 휴민트(인간정보)가 부족한 미국이 첨단 정찰자산을 통해 북한 동향 파악에 필요한 신호정보를 수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적지 않다. 하지만 소수의 최측근과 의료진만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정찰기나 위성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정찰자산을 총동원해 감시망을 촘촘하게 구성하면, 북한 동향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보 관계자는 “미국이 계속 정찰기를 띄우는 건 북한의 플랜B를 놓치지 않으려는 의도”라며 “핵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움직임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 유고와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우려되는 것이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핵무기와 미사일의 향방이다. 김 위원장에게 집중된 통제 체제가 흔들릴 경우 핵무기와 미사일은 주변국에 큰 위협이 된다. 영화 ‘강철비’에서 북한 쿠데타 세력이 핵무기 통제권을 장악해 실제로 터뜨린 것처럼, 핵무기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적대 세력에 넘어가는 시나리오는 미국에 가장 큰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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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부지구 항공 및 반항공사단 관하 추격습격기연대를 시찰했다고 12일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리병철 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 등 간부들이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조선중앙TV


북한 급변사태가 발생하면 북한의 핵무기 운용부대는 사전에 약속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미국이 정찰자산을 통해 북한 핵무기의 움직임을 탐지하면, 미군 특수부대가 진입해 핵무기를 회수 또는 제거하고 관련 시설을 장악한다. 북한 급변사태를 염두에 둔 작전계획 5029에 핵과 대량살상무기 제거가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핵무기 회수 또는 파괴는 참수작전보다 훨씬 어렵고 성공확률도 낮다. 북한의 플랜B가 어떻게 가동되는지를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공개적으로 드러난 지금 상황은 미국에게 있어 플랜B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 체제에 대해 “모든 열쇠는 김 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1인 독재체제에서 김 위원장은 북한 그 자체다. 1994년 김일성 주석,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와 달리 36세의 젊은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뚜렷한 후계체제 없이 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한반도 정세가 요동친 이유다. 정부가 남북관계 발전에 시동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은 중요한 변수다.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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