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8일 최근 불거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인포데믹’(거짓정보 유행병)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특이 동향이 없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 정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잇단 추궁에 “(김 위원장의 신변이상설과 관련한)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오른쪽),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태양절 참배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 김일성 생일과 관련한 경축연회, 중앙보고대회 등이 코로나 상황으로 취소됐다”며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김정은 건강 이상설’의 물꼬를 튼 일부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지목한 향산진료소의 성격과 관련해 “향산진료소는 보건소와 같아서 수술이나 시술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고 정면으로 공박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혈관 시술 후 원산에 칩거 요양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서도 “북한 사정을 아는 사람들이 봤을 땐 가짜뉴스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장관은 ‘김 위원장이 현재 평양에 있느냐’는 미래통합당 정병국 의원의 질의에 “동선에 대해서는 정보사항이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자 정 의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김정은의 보안도 지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나”라고 반박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외통위에 출석해 “현재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은 없는 것으로 관찰된다”며 “북한의 대외정책 관련 동향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지만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만간 김 위원장과 관련한 소식이 전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가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그것에 대해 지금 이야기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가 괜찮기를 바란다”며 “나는 그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아마 머지않은 미래에 여러분은 (그의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와 전화통화에서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해 ‘특이 동향이 없다’는 평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의 동정 보도를 이어가면서도 김 위원장의 현 상태나 동향 등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날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축전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공개 활동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경제 대표단이 이번 주 안에 중국을 방문해 식량 공급과 무역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한 외신이 28일 베이징발로 보도했다. 외신은 이번 사안과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대표단의 방중이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장혜진·백소용·홍주형 기자, 워싱턴·베이징=정재영·이우승 특파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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