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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어린이집 ‘페이백 갑질’ 신고했더니… 돌아온 건 ‘괴롭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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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들 ‘당국 부실조사’ 비판 / 복지부 “근절시킬 것” 큰소리 불구 / 원장에 구두로 시정 권고 등 그쳐 / 공무원 안일 대응에 ‘역피해’ 호소 / 사전통지 없는 조사 필요성 강조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에게 월급을 지급한 뒤 이 중 일부를 반납받는 ‘페이백 갑질’(임금 되돌려받기)을 근절시키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달리 보육 현장에서는 부실한 조사 탓에 되레 원장의 괴롭힘만 늘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28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공개한 ‘행정기관의 어린이집 페이백 부실조사 사례’에 따르면 최근 고용노동부 A공무원은 페이백으로 신고당한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두로 시정을 권고한 뒤 조사를 종료했다. 이후 이 원장은 오히려 신고자를 색출한다며 보육교사를 괴롭혔다. 또 경기도의 B공무원도 페이백과 임금 체불로 신고당한 원장에게 전화해 신고 사실을 통보한 뒤 어린이집 차원의 원만한 해결을 권고했다. 이처럼 공무원의 안일한 대응과 조사로 인해 보육교사들이 역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일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회원들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어린이집 페이백 부실조사 사례 발표 및 국민권익위 집단신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보육지부가 이달 초 전국 민간 어린이집 보육교사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지난 2∼3월 중 어린이집의 요구에 따라 페이백을 했거나 동료 교사가 이를 강요받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이 38.3%(389명)에 달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페이백으로 신고된 어린이집에 대한 특별지도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다.

보육지부는 복지부의 발표를 믿고 보육교사들이 자신의 피해사례를 신고했지만, 부실조사로 인해 제대로 된 조치는커녕 오히려 어린이집 원장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박인화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차장은 “노조가 파악한 부실조사의 유형으로는 크게 ‘피신고인에게 신고 사실 통지 및 조사 미실시’, ‘형식적 조사로 조사 종료’, ‘조사 책임 회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실조사 후) 원장이 신고자를 고소하겠다며 괴롭히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원장의 페이백 갑질을 제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복지부 총괄 특별조사 실시’, ‘사전통지 없는 조사’, ‘보육교사 대상 선조사’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원장의 불법행위로 원장자격 정지나 취소, 어린이집 운영정지 같은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정작 보육교사들이 실직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적절치 않은 행태를 보이는 어린이집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페이백은 원장과 교사 사이에 오간 계좌거래내용 등에 대한 수사가 필요한 사항이라 행정조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민원이 접수되면 조사를 통해 증거 등을 확보해서 경찰에 고발하고, 우리는 정밀종합회계감사 등을 통해 (페이백 등 부적절한 행태를 보인 어린이집을) 전체적으로 감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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