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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0 (수)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초등교육 이대로 괜찮나…성(性) 역할 고착,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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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초등 교육과정 '성 역할 고정관념 고착화' 지적 잇따라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육 자료에 성 역할 고정관념 반영"

    전문가 "교육 현장 '성 인지 감수성'부터 달라져야"

    아시아경제

    한 초등학교 교실.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슬기 인턴기자] 초등학교 1학년 담임교사가 학생들에게 속옷 빨래 숙제를 내고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예뻐요","이쁜 속옷, 부끄 부끄"등의 댓글을 달아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이 교사는 일부 학생에 미녀라고 하는 등 외모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서는 자아를 성립하는 어린이·청소년 성장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빚어지는 성적 차별이 그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여성의 경우 으레 할 수 없는 일, 여자는 애초에 불가능한 꿈 등, 성별을 기준으로 나뉘는 고정관념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전문가는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교육을 자제하는 등 교육 과정에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초등성평등연구회(연구회)에서는 '성 평등 관점으로 살펴본 EBS 온라인 개학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회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교육하는 일부 자료에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자료를 사용하고, 불필요한 성별 강등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연구회는 초등 국어 2-1가 강의 시각 자료에서 여자 어린이의 캐릭터에 분홍색 옷과 노란색 머리핀을 그려 넣은 것을 두고 "여성, 남성의 자세, 액세서리 등의 차이가 반드시 필요한 것인지 살피며 보다 평등한 시각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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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뿐만 아니라 초등 2학년 수학 '몇백을 알아볼까요?' 강의에서는 수업 중 교사가 '남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 여자 친구들 목소리가 더 클까요?'를 반복한 것에 대해 연구회는 "불필요한 성별 갈등 조장을 지양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교사가 원피스, 분홍 핀 등을 착용하고 수업을 진행한 것에 대해서 "교사의 꾸밈 노동이 방송을 시청하는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꾸밈 노동이란 여성에 대한 개념을 일부에서 제멋대로 특정해, 여성 처지에서는 해당 기준에 맞춰 화장하거나 옷 등을 입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여성의 정체성을 단편적으로 규정, 그 안에 여성의 정체성을 가둔다는 비판이 있다. 예컨대 화장을 안하거나, 치마를 입지 않으면 조신한 여자가 아니라는 사회적 편견이 생길 수 있다.


    초등학생 2학년 자녀를 두고 있다고 밝힌 학부모 B 씨는 "가정에서 아무리 성 역할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을 해도 아이가 학교에만 다녀오면 고정관념이 생겨서 돌아온다"라며 "아이가 '빨래와 설거지 등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하는 것이고 돈을 버는 노동은 남자가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길래 '어디서 그런 말을 들었냐'하니 학교에서 배웠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B 씨는 "EBS 온라인 강좌에서도 여성 선생님들은 원피스 등 몸매가 과도하게 드러나는 옷을 입고 강의를 하지만 남성 선생님들은 세미 정장 스타일의 옷을 입고 강의를 하더라. 선생님들의 의상으로 인해 아이가 자연스럽게 여성과 남성의 복장 차이를 습득할까 걱정됐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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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초중등 성 평등 교육의 요구 현실과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초중등 학생 총 4,21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14.1%가 '지난 1년간 학교에서 성차별적 발언이나 행동을 본인이 직접 당하거나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목격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조사에서 초등학생들은 '체육은 남학생, 가사 관련 학습은 여학생 위주로 진행하는 교사들에 불만을 느낀다'고 답했으며, 초등 남학생들은 '무거운 것은 남학생에게 들게 하는 관행은 역차별'이라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초등학생이라는 특성상 신체적 차이가 크지 않은 단계에서, 성인들의 고정관념에 따라 성별 배려라고 생각한 교사의 행동을 학생들은 차별로 느끼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교육 현장에서 젠더 콘텐츠를 비롯한 교육 콘텐츠 분석을 통해 성 역할 고정관념이 반영된 교육을 자제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의 전반적인 내용을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조진경 10대 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젠더 감수성 교육을 할 때 젠더 콘텐츠 분석을 해보면 성 역할 고정관념을 그대로 두고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식의 교육은 결국 성 역할 고정관념을 학생들에게 더욱 견고하게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교육 현장의 성 평등 교육에 대해 "교사를 대상으로 성 평등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교원을 대상으로 성 평등 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교직과목에 성 평등 교육 과목을 추가하거나 성 평등 교육을 교·사대 졸업 의무 이수 학점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슬기 인턴기자 sabiduria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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