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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미 보건당국 “렘데시비르 투여 땐 회복기간 4일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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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긍정 효과, 표준치료 될 것”

NYT “FDA서 긴급사용 승인 검토”

중국선 “유의미한 효과 없었다”

국내 임상 결과도 이달 중순 발표

중앙일보

코로나19 치료제 후보 중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 지난달 8일 독일의 한 대학병원에서 기자회견 중에 관계자가 약을 보여주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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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치료제 후보 중 하나인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가 초기 임상시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냈다고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NIAID)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원인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이끄는 NIAID는 코로나19 입원 환자 1063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환자의 회복 속도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31%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군은 회복에 평균 11일 걸렸고, 쓰지 않은 환자는 15일 걸렸다. 연구진은 4일은 유의미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렘데시비르가 회복 기간을 줄이는 데 있어 의미 있고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데이터가 보여준다”며 “표준 치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치료 효과가 획기적으로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좋은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NIAID 측은 이번 연구 결과가 아직 의학저널에 정식으로 게재된 것은 아니며, 코로나19 치료 효과나 안전이 완전히 입증된 것도 아니라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당국자를 인용해 미 식품의약국(FDA)이 렘데시비르에 대해 긴급사용 승인을 내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구 결과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FDA가 아주 빨리 승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시험용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어떤 질병 치료에도 승인된 적은 없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 감염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코로나19 치료제 가운데 임상 개발 단계가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렘데시비르가 파우치 소장의 말처럼 ‘표준 치료’라고 단정 짓는 건 아직 무리다. 같은 날 의학 전문지 랜싯에는 ‘렘데시비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는 정반대의 연구 결과가 실렸다. 중국 수도의대 연구팀이 우한에서 237명의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 결과다. 렘데시비르가 치료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이기는 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다.

치명률(환자 수 대비 사망자 수의 비율)을 보면 렘데시비르를 쓴 환자(8%)와 쓰지 않은 환자(11%) 간 유의미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셸 배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날 NYT에 “치명률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동료 심사 과정도 거치지 않은 논문을 두고 ‘치료의 표준’ 운운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고 비판했다.

과학저널 네이처는 길리어드사이언스와 중국 수도의대 연구 결과 모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발표한 결과는 위약 투약 그룹이 너무 적고, 중국의 경우 발병 확산세가 잦아들며 임상이 중단돼 연구 결과를 해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 결과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이달 중순에 나올 예정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30일 브리핑에서 “국내 3개 의료기관에서 중증 환자 75명과 중등도 환자 120명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NIH가 주도하고 서울대병원이 참여 중인 임상시험에 대해서도 “5월 중순께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달 29일 미국 다우지수는 2.21%, 나스닥 지수는 3.57% 올랐다. 길리어드 주가는 이날 5.7% 뛰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권유진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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