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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건재 자신했던 이유…한·미, 北 '훑고 들으며' 진실 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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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배틀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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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주한미군 군산 공군기지에서 이뤄진 한국 특수전사령부와 주한미군의 훈련 모습. [미국 국방부 홈페이지 캡처=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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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북한 매체에 등장해 건재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이후 처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잠적 기간이 늘어나면서 신변 이상설이 나왔고 북한 급변사태가 거론되는 등 위기감도 증폭됐다. 하지만 정부는 김 위원장에게 특이 동향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북한 내부에 특이 동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한 것은 기술 정보를 포함해 복잡한 과정을 거쳐 정보 평가를 한 것”이라며 “정부는 특이 동향이 없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정보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기술 정보를 비롯한 정보 역량을 언급했다. 한ㆍ미 정보 당국은 김 위원장 동향과 북한 정보를 어떻게 파악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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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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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는 평소 북한의 국지 도발 및 전면전 침략 징후 감시 체계를 운용한다.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100여 가지 요소로 도발 징후를 분석하는 툴(tool)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중앙일보 5월 1일 자) 한ㆍ미는 이런 징후 판단에 필요한 각종 첩보를 획득하고, 정보를 생산해 한반도 위협 평가에 활용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정보력은 영화에 등장하는 것처럼 압도적인 수준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잘 안다. 구석구석(every inch)까지 안다”며 미국의 능력을 과시했다. 미국은 위성을 통해 북한 지역을 충분히 살펴본다는 의미다.

미국 정보력의 핵심은 키홀(Key Holeㆍ열쇠 구멍)로 불리는 첩보위성이다. 초정밀 디지털카메라와 야간 촬영도 가능한 적외선 탐지기를 갖춘 최신형 키홀은 1대에 10억 달러(약 1조 2190억원) 수준으로 매우 비싼 장비다.

전직 정보 당국자는 “최신형 키홀 위성이 정밀 모드로 촬영하면 사람이 신문을 읽는지, 아니면 잡지를 읽는지 구분할 수 있다”며 “기사 내용까지는 알 수 없지만, 자동차 번호판 정도는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성은 평소 600㎞ 고도에서 활동하지만 필요한 경우 300㎞까지 고도를 낮춰 영상 해상도를 높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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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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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키홀 뿐 아니라 라크로스 합성개구 레이더 위성(SAR)ㆍ적외선 탐지 조기 경보위성ㆍ우주기반 적외선탐지체계 등으로 북한 지역을 감시한다. 첩보위성은 매일 14~15차례 정도 지구를 돌면서 하루 1번꼴로 북한 상공을 촬영한다. 미국은 이런 첩보위성을 동시에 여러 대 운용하지만, 실시간 감시는 어렵다.

미국은 정찰기를 띄워 위성의 공백을 메운다. 고고도 전략 정찰기 U-2S 드레곤 레이디는 휴전선 인근에서 최대 7~8시간씩 비행한다. U2-S는 15~20㎞ 고도에서 150㎞ 떨어져 있는 지역의 사진을 찍는다. 고해상도 영상장비는 지름 1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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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군이 운용할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 2호기.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트위터 캡처]



최근에는 20㎞ 고도에서 24~36시간 동안 날면서 200㎞ 떨어져 있는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정찰하는 고고도 무인 정찰기(HUAV) RQ-4 글로벌호크 투입도 늘고 있다.

E-8C 조인트 스타스는 300㎞ 떨어진 상공에서 지상 표적 600여 개를 동시에 감시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탑재한 이동형 발사대(TEL) 움직임을 살핀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쏠 경우 RC-135S 코브라 볼에서 탄도 미사일 궤적을 추적하고 영상도 촬영한다.

이번에 원산에 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보이는 열차가 정차된 모습이 여러 차례 관찰됐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원산 특각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전역에 김 위원장 열차는 여러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며 “위성과 정찰기에서 촬영한 영상 정보만 갖고 김 위원장 동향과 북한군 의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각종 신호ㆍ감청 정찰기도 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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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전용 열차로 추정되는 객차가 지난달 23일 원산 인근 역에 정차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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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135V/W 리벳조인트는 550㎞ 범위 안에서 전자ㆍ통신정보를 탐지한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과정에 발신하는 지상 원격 계측 장비 ‘텔레메트리’ 신호를 포착한다. EP-3E는 최대 거리 250㎞까지 탐지할 수 있는 항공 정찰 통합 전자 시스템(ARIESㆍ에리스)을 싣고 다니며 북한 지역을 감청한다.

지난달 27일 하루에 무려 5대가 출동한 RC-12X 가드레일은 감청 거리가 370㎞ 수준으로 북한 지역의 통신ㆍ교신을 감청한다.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나온 직후부터 활동이 급증했다. 평소 1~2대가 비행했던 것과 비춰보면 이례적인 활동이다.

한국은 미군이 제공하는 영상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이 자체 운용하는 인공위성 해상도는 1m 수준으로 미국의 키홀 위성 0.15m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 한국군 RC-800G 금강 정찰기는 최대 180㎞까지 영상을 촬영할 수 있어 정찰 범위는 휴전선 부근에 그친다.

군 관계자는 “한국군 영상 정보는 전방지역 작전 상황만 파악할 수 있을 뿐 전략 정보는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며 “그나마 감청ㆍ인간정보(휴민트)에선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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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식당에서 근무하던 지배인과 종업원 등 13명이 집단 탈북했다. 정보사 해외 공작관이 탈북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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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정보사령부와 국가정보원이 구축한 인간정보 첩보 활동은 광범위하게 이뤄진다. 한국의 첩보 활동 무대는 북한 내부ㆍ접경지역ㆍ해외지역 등 다양하며 한국에 건너온 탈북자 정보도 수집 및 분석한다.

정보 관계자는 “한국은 지난 2014년 김 위원장이 발목 수술을 받고 잠적한 사실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며 “군과 국정원의 기술 및 인간 정보가 투입돼 결정적인 자료를 확보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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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524 정보대대 [524 정보대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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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최근 인간 정보 활동을 키워가고 있다. 주한미군 501정보여단 예하 524정보대대는 지난 2017년 10월 재가동했다. 앞서 524정보대대는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감축 정책을 추진하면서 군 병력을 감축하자 활동을 중단했다.

주한미군 524정보대대는 방첩ㆍ정보 수집ㆍ심문 활동에 특화돼 있다. 앞서 같은 해 5월 미 중앙정보국(CIA)은 본부 산하에 코리아 미션 센터를 설립하고 대북 정보 활동을 강화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이때부터 서울에 상주하는 미군 및 CIA 소속 정보 요원이 대폭 늘었다”며 “북한을 비롯한 한반도 전역을 대상으로 한 정보 수집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 전직 해외 공작관은 “미국과 일본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첩보 역량을 키워간다”며 “한국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현장 공작원이 공작금이 부족해 개인 돈을 쓰면서 일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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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8월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취소 결정에 앞서 열린 핵심 참모들과의 북한 관련 회의. 이때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 센터장(맨 왼쪽)이 참석했다. [댄 스캐비노 백악관 소셜미디어 국장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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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막대한 예산과 정보력을 동원하지만 김 위원장의 동향 파악은 여전히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두 번이나 20일 이상 공개석상에 나오지 않았다. 15일 이상 모습을 감춘 사례는 최근 3년간 8건, 집권 이후 11건이나 된다.

정보 관계자는 “한ㆍ미 정찰 활동을 피하는 북한의 능력도 고도화됐고, 김 위원장이 장기간 모습을 감추는 일은 반복될 것”이라며 “참수 작전·선제 타격 등 김 위원장에 대한 신변 위협에 대응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대북 정보 활동이 어려운 것보다 더 큰 문제는 한ㆍ미 간 불협화음이다. 복수의 소식통은 “지난 2018년 이후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정보의 양이 줄었고 수준도 낮아졌다”며 “한국 정부가 미국에 항의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김 위원장 신변 이상 관련 정보도 완전하게 공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미국은 한국이 중국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한다”며 “이에 정보 교류를 줄이는 방식으로 불만을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과 관련, 전재성 서울대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 편을 들도록 선택을 강요하는 건 미국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중국과 인접한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겪는 갈등과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논란이 나온다”며 “한국은 미국 내 합리적이고, 한국에 우호적인 세력을 확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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