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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김정은 재등장…韓美中日 복잡미묘한 속내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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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정확한 정보 가졌는지…누구 관측이 결국 더 적중하는지 마치 정부와 경쟁하듯 하며 혼란 부추긴 두 당선인 언행 도마 위 / 김 위원장 관련 특이동향 없다고 밝혀온 정부 권위 사실상 무시, 애써 외면 / 정부 판단 결국 맞는 것으로 나타나…그들의 신뢰 추락 / 김 위원장 전격 등장에 이은 두 당선인 사과로 ‘건강이상설’ 이슈 일단 마무리 국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변이상설을 주장했던 탈북민 출신 미래통합당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이 4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이틀 전 김 위원장의 건재가 확인된 뒤에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며 성찰 없는 자세를 고수하다가 뒤늦게 태도를 바꾼 것이다.

같은 탈북민 출신 미래한국당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인도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들의 대국민 사과는 더 빨랐어야 옳았다는 게 중론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이 혹여 당선인이 아니라 해도 피해야 할 수준의 가볍디 가벼운 언행을 일삼는다면 그것은 무책임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당선인 신분으로 유수의 외국보도채널 인터뷰를 통해 독보적 북한정보통인 것처럼 행세하며 북한 최고지도자에 관한 억측을 떠벌이고, 부실한 소스를 정통한 소식통인 양 얼버무리며 사망을 확신한다고 주장한 두 사람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름대로 합리적 의심도 해보고 추론도 하는 것일진대 왜들 그리 몰아붙이느냐는 반론은 이들에겐 애초 적용될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두 당선인은 김 위원장 관련 특이동향이 없다고 내내 밝혀 온 정부의 권위를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정부 판단은 결국 맞는 것으로 나타나 그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가졌는지, 누구의 관측이 결국 더 적중하는지 정부와 경쟁하듯 하며 혼란을 부추긴 그들의 언행은 결코 당선인들의 그것으로 받아들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음을 알아야 한다. 김 위원장의 전격 등장에 이은 두 당선인의 사과로 '김정은 건강이상설' 이슈는 일단 큰 매듭이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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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안남도 순천에 있는 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잠적을 근거로 '사망설' '건강위중설' 등을 제기했던 지성호·태영호 당선인에 대해 여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래통합·미래한국당 측이 20일 북한의 GP 총격 도발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제대로 된 대응부터 하라고 반격하는 모습이다.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성호·태영호 당선인에 대해 정부가 요구하는 것도 그거지만 왜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아무 재발 방지, 사과를 얘기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정운천 의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중설, 사망설을 제안한 야당 인사를 맹비난하면서 비무장지대 총격 도발은 유감 인사도 내지 않는다"며 "어느 나라 청와대고 어느 나라 여당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북한의 중부 전선 감시초소(GP) 총격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여당이 제대로 된 항의나 대응책 없이 김 위원장의 신변에 대한 야당 당선인의 발언부터 비판하고 나서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윤상현 “크게 방심하면 더 호되게 당한다” 北 군사 도발, 우리 군 대응 비난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무소속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리 합동참모본부는 '합죽이 본부'가 돼버렸다"며 "크게 방심하면 더 호되게 당한다"고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군 당국의 대응을 비난했다.

그는 또 "태영호, 지성호 당선인을 향한 집권 세력의 배척 움직임이 도를 넘고 있다"며 "(발언에) 미숙한 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이해하고 포용하는 것이 대한민국 체제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보수 야당은 지성호·태영호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유감스럽다"고 입장을 표명한 청와대의 대응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조수진 미래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직접 (지성호·태영호 당선인의) 비난전에 뛰어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김병기 의원이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정보가 있으면 스파이라고 주장했는데, 그렇다면 김정은이 시술도 받지 않았다고 단언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실체는 무엇인가"라고 힐난했다.

홍준표 무소속 당선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탈북 국회의원 당선자들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사태에 대해서 충분히 그런 예측을 할 수도 있었을 터"라며 "그걸 두고 문정권이 지나치게 몰아붙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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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태영호 국회의원 당선인(왼쪽)과 미래한국당 지성호 국회의원 당선인. 연합뉴스


지성호·태영호 당선인은 김 위원장의 잇따른 행사 불참을 근거로 계속해서 '사망설' 등을 언급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서 비난이 이어지자 공개적으로 사과 입장문을 발표했다.

먼저 태 당선인은 입장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 태영호를 국회의원으로 선택해주신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문제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전망에 대한 기대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 당선인도 "지난 며칠간 곰곰히 제 자신을 돌이켜봤다"며 "앞으로 공인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겠다"고 전했다.

◆CNN, 김여정 北 차기 지도자 될 가능성 집중 조명…왜?

한편 김 위원장의 '건강 위중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이를 보도했던 미국 CNN방송이 이번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북한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3일(현지시간) '김여정의 정치적 부상이 북한에서 여성으로 사는 것에 대해 말해주는 것과 말해주지 않는 것'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가부장적인 북한 사회에서 권력의 실질적 2인자가 된 김 제1부부장에 대해 상세하게 다뤘다.

지난 1일 김 위원장이 3주 만에 공개 행보에 나서면서 그의 신변 이상설은 오보가 됐지만, CNN은 "김 위원장의 불가사의한 부재는 북한의 미래 계획에 관한 중요한 질문들을 떠오르게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만이고 담배를 자주 피우며 술도 많이 마시는" 김 위원장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의 후계 구도를 파고들었다.

방송은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자녀들이 그를 승계하기 전에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김 제1부부장이 가장 유력한 후계자라고 보고 있다"며 "그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의 핵심에 여성이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특사 자격으로 한국을 찾아 오빠의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한 김 제1부부장은 이후 북한 권력 구도에서의 정치적 위상이 점점 확대됐다.

그는 김 위원장이 다시 공개석상에 등장한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에서도 김 위원장의 오른편에 자리해 '사실상 2인자'로서의 위상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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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사망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평안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 위원장이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는 모습. 김 위원장의 왼쪽 뒤편에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노동신문·뉴스1


CNN은 북한 사회의 엄격한 가부장적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런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에서 여성은 순종을 강요당하며 다른 모든 일보다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방송은 전했다.

탈북자들 역시 북한 사회에서 여성 혐오, 성차별과 성폭력이 만연해있다고 전한다.

◆탈북자들 “北 성폭력·성차별 만연”…女 순종 강요 당한다

2015년 탈북해 현재 남한에 거주하는 강나라 씨는 "북한에서 여성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며 "남성이 돈줄을 쥐고 있고 모든 사회적 지위는 남성의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018년 공개한 보고서에서 북한에서는 성폭력이 워낙 만연해 일상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정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김 제1부부장이 '백두혈통'이라는 점, 그가 김 위원장과 스위스에서 유학 생활을 함께해 그와 공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제1부부장이 여성 통치자가 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CNN은 평가했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북한의 정치·문화상 김 위원장과 김 제1부부장 외에는 김일성의 합법적 후손은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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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 박석길 한국지부장 역시 "성별이 극복할 수 없는 요소는 아니라고 본다"며 "북한의 가부장적 체계에서 성별이 먼저 고려되긴 하겠지만, 백두 혈통은 이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 공식 복귀…주변국 불안감 ↓

김 위원장이 공식석상에 복귀하면서 북한 정권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사라졌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신문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이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가운데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김정은 위원장이 3주 만에 공식 석상에 다시 등장하면서 역설적으로 주변국의 불안감을 누그러뜨리는 결과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김 위원장의 신변에 문제가 생겼다는 설(說)이 확대 재생산되던 시점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코로나19와 싸우느라 정신없었고, 각 국 간 매끄러운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는 미묘한 외교적 마찰까지 겹친 시점이었다고 WSJ은 분석했다.

한국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느라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고, 일본과는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수출규제 이후 냉랭해진 관계를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갈등에 이어 코로나19 근원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형국이다.

WSJ은 이런 와중에 북한 최고 통치자에게 갑작스레 문제가 생겼다면 "세계에서 가장 골치 아프고 위험한 안보 딜레마"가 담긴 상자가 열렸겠지만, 김 위원장의 복귀는 주변국들에 "결함이 있지만 그래도 예측 가능한, '현상 유지' 상태로 돌아오는 결과를 안겼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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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판문점선언 2주년인 27일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의 경의선 철로 조형물에 '고향 가는 경의선'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신문은 지금껏 북한과 긴장 관계에 놓일 때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은 중국과 협력하려고 노력했지만, 이때도 중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해 협력을 썩 내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마주하며 보여준 갈등 양상은 북한 이슈에 있어서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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