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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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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인터뷰] 국회로 다시 돌아오는 이광재 前 강원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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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4·15 총선에서 강원 원주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12년 만에 여의도로 돌아오는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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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는 10년 만에 정치에 복귀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피선거권을 회복하자 정치권이 들썩였다. '원조 친노의 귀환' '대권 잠룡의 부활'과 같은 말들이 잇따랐으나 이 전 지사는 "정치 활동엔 생각이 없다"며 몸을 낮췄다. 이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름에 끝내 강원도 선거대책위원장직을 맡으며 총선에 뛰어들었다. 정치권 기대대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대 총선에서 강원도에서 1석을 얻는 데 그쳤던 민주당은 이번엔 3석을 얻었다. '이광재 효과'라는 말이 나왔다. 총선 승리에도 이 전 지사는 자세를 낮췄다. 당의 대승에 대해선 여당 승리 이전에 야당 참패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했고, 자신을 둘러싼 대권론에 대해선 '저는 흠결이 많은 사람'이라며 선을 그었다. 권력 대신 그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대한민국의 미래다. 386 출신 정치인 중 가장 생각의 폭이 넓고 실용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에 대혁신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가 다가올 미래를 더욱 앞당겼고 이미 우리 앞에 '와 있는 미래'를 발판 삼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정치 무대로 복귀한 소회는.

    ▷젊은 나이에 10년 동안 일을 못했다. 45세에 최연소 도지사가 되고 나서 10년을 쉬었다. 이제 다시 일할 기회를 강원도민이 주셨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했는데.

    ▷국민들께서 우리나라 그리고 다른 나라의 대처를 보면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셨다고 본다. 아주 냉정하고 박하게 이야기하자면 민주당의 승리로 보기 이전에 야당의 완패인 측면도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이를 정쟁거리로 삼은 것에 국민의 마음이 돌아선 것이라고 본다.

    ―민주당 내부에서 '열린우리당의 교훈'이 자주 거론되는데.

    ▷그 당시를 돌이켜보면 결국 4대 개혁 입법이라는 것과 국민 삶의 문제를 개선하는 게 분리돼 있었다. 이번엔 국민 삶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21대 국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정부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정치인들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라는 단순한 성적표에 목숨을 걸었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성적표가 필요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삶의 질 지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복지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나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게 할 다양한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경제위기 경고음이 커지고 있는데.

    ▷지금까진 재난기본소득이 화두였지만 국가 경제의 위기가 2분기부턴 산업으로 옮겨간다. 기업의 유동성 공급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고 경제 문제가 국가와 국민의 삶 전면에 부상하게 될 것이다. 그 위기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중요한 시점이다. 내수가 강한 나라는 개혁이 자체적으로 일어난다. 일본 영국 프랑스가 그랬다. 그러나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혁신 동력이 생긴다. 지금은 대전환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시기에 180석이 주어졌다.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혁신으로 가야 한다.

    ―혁신의 화두는 무엇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미래가 앞당겨졌다. 저는 이를 '와 있는 미래'라고 표현하고 싶다. 앞당겨진 미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퓨처 뉴딜'이 필요하다. 첫째는 생명과학이 핵심 산업이고 우리가 여기서 세계 1등을 해나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다. 우리는 60년 동안 자라나는 세대의 1등들을 모두 의대로 보냈다. 여태까지 1등 미래 세대를 보낸 곳에서 1등 산업이 나왔다. 원자력, 석유화학, 전기전자까지. 의료 역시 수술은 세계 1등인데 산업이 안 나왔다. 또 우리는 세계 최고 건강보험 시스템을 자랑한다. 지난 수십 년간 수천만 명이 생산하는 의료 데이터를 매일같이 축적해놨다. 인적자원과 의료 데이터가 준비된 상황에서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 의료 수준에 대한 국제적인 신인도까지 높아진 이 기회를 살려 생명과학 산업 분야에서의 대대적 뉴딜이 필요하다.

    ―디지털 혁신도 평소 강조했는데.

    ▷또 다른 '와 있는 미래'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 의료와 교육이 현실화됐다. 또한 플랫폼과 물류·모빌리티 혁신 전쟁도 일어나고 있다. 농경시대엔 소금과 철, 산업시대엔 철도·상하수도·전기가 필수였다면 디지털 시대엔 데이터와 플랫폼이 필수재가 됐다. 5G를 넘어 6G 시대를 대비해야 하고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구축에 대대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총선 전부터 국회의원 공부 모임을 언급했는데.

    ▷청와대 혹은 지방자치단체 경험을 갖고 당선된 분들, 또는 국회의원 경험을 갖고 현재 광역단체장인 분들을 모으고 있다. 현재 37명 정도가 모여 곧 발족하게 될 것이다. 여야 갈등이 끊임없는 이유는 함께 논의할 국가의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선 이른바 '시·산·학'이 함께하는 포럼을 준비 중이고 6월에 출범할 예정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늘의 지식이 내일은 산업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업 퍼스트'라는 태도가 중요하다. 기업인들이 공장 하나 세우려면 지자체 인허가만 받는 데 4~5년이 걸린다. 서류만 수십 번 제출하고 다시 찾아가면 담당자가 바뀌고. 기업인을 민원인 대하듯 하는 풍토를 없애겠다. 이제 기업인은 민원인이 아니라 지역 발전의 핵심 주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성과가 나야 할 텐데.

    ▷모든 공부는 입법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이른바 직접민주주의 의미를 부여한 '정책 직구' 운동을 하려고 한다. 국회 차원의 정책 플랫폼을 만들어 국민의 정책 제안이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 청원은 청원으로 그치는 한계가 있다. 정책을 제안하는 국민 숫자가 일정 이상이 되면 상임위원회에 자동 부의하고 본회의 표결까지 가도록 할 것이다. 국민의 에너지를 법으로 바꿔서 시스템화하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 당권이나 대권 관심없어…국가미래 디자인에 기여

    30대 정도전·40대엔 이성계로
    살고 싶었지만 나락까지 경험

    국회 개원하면 재계와 힘합쳐
    국가미래 설계 싱크탱크 추진

    여권 내 잠룡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광재 당선인은 철저하게 몸을 낮췄다. 그는 "'신인'과 같은 자세로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남을 돕는 역할에 충실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그야말로 서포터스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당권이나 대권에 욕심은 없나.

    ▷과거 30대에는 정도전처럼 살고 40대에는 이성계처럼 살겠다고 생각했다. 권력의 정점에서부터 나락까지 모든 것을 다 경험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흠결이 있는 사람이 됐다. 당권이나 대권에는 관심이 없다. 신인의 자세로 남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역할은 국회의원 공부 모임 서포터스다. 공부 모임 결성에는 힘을 쏟겠지만 결성되면 그 내부에서도 전면에 나서는 직함은 맡지 않을 생각이다.

    ―정치인 중에서 공부에 가장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지식이 세상을 바꾸는 핵심이라고 믿는다. 정도전은 부지런히 공부했다. 그리고 권력을 가진 이성계와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꿨다. 지금 우리나라 국회는 권력은 갖고 있는데 정도전과 같은 지식이 없다.

    ―어떤 공부가 가장 필요한가.

    ▷우리 국회가 왜 이렇게 싸우나 생각해봤다. 서로 목표가 같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여야 모두 동의하는 국가의 블루 프린트가 있다면 각론에서 싸워도 지금처럼 극한 대립은 아닐 것이다. 산업화, 민주화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성이 없다. 그런데 각 정당의 연구소를 보면 사실상 선거 전략을 고민하는 곳이지,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는 곳은 아니다. 국회 내에서 제대로 된 국가의 미래 설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야가 공유하는 국가의 미래가 없는데 국회가 잘 돌아갈 리가 없다. 미래 청사진을 그리는 공부를 함께해야 한다.

    ―국회 내에서 미래 설계 작업은 누가 주도하나.

    ▷21대 국회가 개원하면 국회가 국제전략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만드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회가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전략적 협력을 할 수도 있다. 전경련도 같이 투자해서 세계적인 싱크탱크를 함께 만들고 공실이 많은 여의도 전경련 빌딩에 싱크탱크를 입주시키는 방안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전경련도 과거의 낡은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젊은 전경련으로 거듭날 수 있다. 국회와 전경련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정부도 미래를 철저히 연구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 청사진을 그리는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이 1년에 한 번씩 바뀌는데 무슨 미래를 연구할 수 있겠나. 용역만 하기 바쁜 국책연구소들에서도 미래만 연구하는 계정을 분리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본부장을 맡았다. 당내 역할은.

    ▷일주일에 두 번씩 위원회가 모여서 회의한다. 이낙연 위원장과 같이 일해보는 건 처음이다. 김진표·김상희 의원도 각 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고, 조정식 정책위의장도 같이한다. 지금은 대전환기인 만큼 새로운 발상이 필요한 시기다. 기존 방식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잘 협력해서 해법을 찾아가겠다.

    ▶▶ He is …

    △1965년 강원 평창 출생 △원주고 △연세대 법학 △국회의원 노무현 보좌관 △노무현 대통령 후보 선대위 기획팀장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17·18대 국회의원 △강원도지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 △21대 국회의원 당선(강원 원주갑)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산하 포스트코로나본부장

    [손일선 기자 /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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