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니 / 초1 딸 화상수업 옆에서 본 교수 아빠 / “나도 홈 온라인 강의… 이젠 낯설지 않아” / “출석체크·수업자료 확인역할 엄마 몫” / 중·초6 자녀 둔 주부 “힘들다” 하소연 / “집중 안된다” “업무 효율성에 놀랐다” / 재택근무 놓고는 직장인 반응 엇갈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 설치된 동상에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글자가 적힌 마스크가 씌워져 있다. 동상 뒤로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
◆대한민국이 경험한 재택근무제
지난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단계로 올리면서 일상에 가장 먼저 찾아온 변화는 ‘재택근무’였다. 많은 직장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택했다. 업무방식의 혁신방안으로 탄력근무제와 함께 자주 거론되던 재택근무제였으나 실제 대기업 등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한민국이 순식간에 광범위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한 셈이었는데 반응은 엇갈렸다. 업무에 집중이 안 된다는 하소연이 나왔으나 정반대로 높아진 업무 효율성에 놀랐다는 경험담도 적지 않았다.
육군 50사단 소속 장병들이 지난 1일 대구시 남구 대명초등학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중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몰랐던 일상의 기쁨을 재발견한 이도 있었다. 직장인 송모씨는 “예전엔 업무를 할 때 무조건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시죠’였다. 얼굴을 봐야 안심이 되고 예의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만남을 극히 최소화하다 보니 업무 효율성은 오히려 높아졌다. 최대한 이메일 등을 통해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내용을 먼저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재택근무 체제 반대편에는 코로나19와 맞싸운 방역 관계자들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를 필두로 많은 보건관계자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군·경이 방역 최일선에서 격무에 시달려야 했으나 고생한 만큼 보람도 컸다고 한다.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성동 4차산업혁명체험센터에서 교사가 실시간 온라인 수업 실습을 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
◆대세가 된 언택트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의 생활화다. 프리랜서 장모씨(43·여)는 “개인 위생에 신경쓰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라며 “하루 여러 번 손씻기 수칙대로 손을 꼼꼼히 씻고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곳은 안 가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의 가장 중요한 전선은 3월 개학을 앞둔 각급 학교였다. 개학 연기가 이어진 끝에 온라인 개학이 시작됐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지만 빠르게 정착됐다. 대한민국은 예상 이상으로 온라인 교육에 준비가 된 상태였다.
코로나 19 때문에 온라인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매일 거실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고 있는 일곱살 최은우양. 최종한 세명대 교수 제공 |
최종한 세명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아이 엄마가 일주일에 하루 정도만 재택근무라 육아는 집에서 온라인 강의를 하는 내 차지가 됐다”며 “딸은 온라인 강의를 듣고 아빠는 온라인 강의를 녹화하는 우리 집처럼 이제 홈스쿨 풍경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옆에서 잠깐 본 초등학교 1학년 화상수업은 선생님들이 너무 재밌었다. 내 온라인 강의를 듣는 학생들은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나도 탈이라도 써야 하나 싶었다”고 덧붙였다.
남편의 재택근무와 자녀의 온라인 개학이 겹치면서 가장 힘든 건 가정주부들이었다. 남편, 아이들에게 삼시 세끼를 챙겨줘야 하는 상황을 빗댄 ‘돌밥’(돌아서면 밥)이란 신조어가 유행했다.
지난 3일 국립중앙박물관 입구 바닥에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거리두기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에 아이들보다 제가 더 힘들었어요. 출석 체크, 수업 듣기, 수업자료 확인, 질문 올리기 등을 일일이 확인해서 중학생이 된 딸과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에게 알려줘야 했습니다. 아이는 태평성대인데 나만 동동거리다 보면 신경질이 나서 아이랑 부딪치는 일이 잦아졌죠.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남편의 가사분담량이 늘고, 잔소리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아이들도 숙제나 방 청소 등은 알아서 하고 있어요.” (가정주부 박주희씨·43)
박성준·강구열·권이선·박진영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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