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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치료제 개발과 보건 기술

네이처, 코로나 등에 업고 '중의학 굴기' 나선 中에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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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중의학 코로나19 치료 가능성 국내외 홍보
네이처 "코로나 유행중인데 중의학 수출홍보 위험"
WHO는 오락가락… 발병초기 중의학 리스크 거론, 나중에 삭제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산을 계기로 중의학 치료 효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 저명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비즈

중국 코로나19 권위자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캐나다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의약품 연화청온(连花清瘟). /Yiling Pharmaceu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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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현지시각) 네이처는 과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코로나19 유행기간 동안에 중요한 수출품으로서 중의약을 홍보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보도했다. 네이처는 "중의학 치료법이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입증되지 않았다"며 "엄밀한 실험을 거치지 않고 이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관영언론이 나서서 중의학 치료법이 코로나19의 증상을 완화하고 사망률을 낮춘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이를 입증할 실험 데이터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대체의학 전문가인 에드짜르트 에른스트 영국 엑시터대 교수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비록 중의학이 중국에게 매우 중요한 수출품이지만,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에 그것을 (치료제로) 홍보하는 것은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밝혔다.

네이처는 "중국 내에서 중의학 산업의 규모는 연간 수십억 달러(수조원)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016년부터 중의학 확대를 국가전략사업으로 삼고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참여국에 중의학을 홍보해왔다.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자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참여국이자 주요 발병국인 이란과 이탈리아에 중의학 치료법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원조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30일자 ‘신종코로나 치료, 중의학 실력을 입증‘제목의 평론을 내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학, 군사과학원 공동 연구팀은 중의학에서 흔히 쓰이는 약재인 감초가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논문을 생명공학 논문 사전 게재 사이트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에 공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논문에 따르면 연구팀이 감초에서 추출한 '리퀴리틴'(liquiritin)이라는 물질을 원숭이 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이 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복제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앞서 중국 내 코로나19 권위자 중 하나로 알려진 장보리(张伯笠) 톈진중의약대 총장은 지난 3월 국무원(중앙정부)이 마련한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금화청감과립(金花清感顆粒) △ 연화청온교낭(蓮花清瘟膠囊) △ 혈필정주사액(血必凈註射液) △ 청폐배독탕(清肺排毒湯)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중약이라고 소개했다. 장 총장은 "(코로나19) 중증 사례는 몸 안의 기(氣)의 흐름을 정체시키는 습독(湿毒)이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시험포털에 따르면 중국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99건 중 10%인 10건이 중의학 관련 시험이다.

중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치료제로 홍보하고 있는 중의학 의약품의 대표적인 예로 '마황(麻黃)'이라는 탕약이 있다. 마황은 슈도에페드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이 성분이 든 약초 사용이 금지돼 있다. 1990~2000년대에 다이어트와 기력 증진 목적으로 복용한 사람들이 사망하는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마황 등으로 만든 알약 연화청온은 장 총장이 언급한 코로나19치료 가능 4대 중약중 하나다.

이와 관련, 7일 캐나다 언론 CBC는 마황 등을 재료로 만든 알약 연화청온이 캐나다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잘못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보건부는 "코로나19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거짓말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캐나다에서 불법"이라며 "보건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 행위의 중단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네이처가 중의학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새 질병분류기준에 중의학을 포함하자 당시 네이처는 "중의학이 적절한 실험을 거치지 않았으며 해로울 수도 있다. WHO의 이번 결정은 실패한 결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WHO는 중의학에 대해 "코로나19에 효력이 없고 해로울 수 있다"고 했으나 이후 이 문구를 삭제했다. WHO 대변인이 "경고 문구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분담금을 많이 내는 국가라는 사실과 맞물려 WHO가 중국 눈치를 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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