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착용 건의 무시…손 소독제도 부족
네덜란드, 11일부터 어린이집·초등학교 개학
네덜란드 헤르토겐보쉬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투명한 아크릴판으로 둘러싸인 책상 앞에 앉아있다. © 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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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네덜란드 정부가 단계적 봉쇄 완화조치로 11일부터 어린이집과 초등학교 문을 다시 열었지만 학부모들은 불안함에 쉽게 등원·등교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암스테르담에 거주하는 교민 박지영씨는 다음 주부터 아이를 학교에 보내라는 정부와 학교의 지침을 전달받고 걱정이 크다.
박씨는 "네덜란드에서는 어린이용 마스크를 사기도 어렵고, 이제 고작 4살, 8살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게 불가능하다"며 "그리고 아직 네덜란드 정부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를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방침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다"고 불안해했다.
박씨는 "학교장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취해 학생들과 교사의 마스크 의무 착용에 대해 건의했으나 번번이 거절과 무시를 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부모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초등학생 아이 3명을 둔 마리에케는 “6일자로 보건당국이 밝힌 네덜란드 내 코로나 사망자가 5204명이 넘었다. 이 숫자는 코로나 확진 후 사망자를 집계한 것이고 의심 환자는 빠진 숫자"라며 "이미 5000명이 훨씬 넘는 사망자를 기록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리에케는 "정부에서는 경제적인 논리로 접근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상대적으로 보육이 어려운 어린 연령의 아이들을 빨리 학교로 돌려보내야 부모들이 일터로 나갈 수 있을 테니까"라며 "이 상황이 매우 슬프고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의 업무 과중과 감염 관리 부실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25년간 재직한 에비 반더하우트는 이미 3월 시작한 온라인 수업으로 매우 지쳐 있다고 고백했다.
반더하우트는 "어린 아이를 둔 교사들은 두 달 간 사실 온라인 수업조차 할 수 없었다. 나처럼 상대적으로 시간이 더 많은 교사들이 이미 추가근무를 하며 여러 온라인 수업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당장 아이들을 받아야 하는데 개학 이후 교사들의 감염 여부를 정부에서 주기적으로 체크하겠다고 했지만 사실 큰 믿음이 가질 않는다. 아직도 코로나 의심 증상이 있어도 검사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네덜란드 봉쇄완화 지침 안내문 . 1.5m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이 강조돼 있다. © 뉴스1 차현정 통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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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네덜란드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는 아이들을 다시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각 학교에서는 학급당 학생이 최대 15명을 넘지 않도록 하고 교실 내 책걸상을 배치할 때 1.5m 거리를 두게 했다.
그뿐만 아니라 쉬는 시간, 점심시간, 놀이 시간에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등·하교 시간을 모두 다르게 배정했으며, 교실 내에 손 소독제와 세정제를 비치하고 아이들에게 다시 위생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부모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아직 네덜란드 내에 손 소독제 물량이 부족한 점,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마스크 착용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 점이 많은 부모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같이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이 많아지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아도 벌금을 부과하지 않겠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원칙적으로 네덜란드에서는 만5세 이후 아동이 공교육 수업을 무단으로 결석할 경우 부모에게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6일 네덜란드 정부가 발표한 5단계 봉쇄완화 정책에 따르면 11일부터 가장 먼저 어린이집, 초등학교, 미용실, 도서관 등이 문을 열고 점진적으로 박물관, 식당, 영화관(최대 수용인원 30명) 등이 개방될 예정이다.
네덜란드 코로나19 위기관리위원회는 중·고등학교 개학을 6월 이후로 조정 중이며 향후 추가재원을 마련해 여름 학교를 개설하거나 뒤쳐진 학습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5일 헤이그에서는 200여명이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조치 해제와 빠른 경제활동 복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시위자 80명을 1.5m 거리두기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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