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와중에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등교를 이틀 앞두고 있다. 교육 당국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 방역)로 전환하는 것을 계기로 지난 4일 전 학년의 순차적 등교 개학을 결정했다. 13일 고3을 시작으로 20일 고2ㆍ중3ㆍ초1~2ㆍ유치원, 27일 고1ㆍ중2ㆍ초3~4, 내달 1일에는 중1과 초 5~6 순으로 등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확진자 발생이 소강상태를 보인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그러나 발표 사흘 만에 사태는 급변했다. 이태원 클럽에서 촉발된 지역 감염이 퍼지는 가운데 등교 수업이 위험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확진자의 가족 중에 초·중·고교 학생들이나 교직원이 있을 경우 얼마든지 2차, 3차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결코 학교를 안전지대라고 볼 수 없다.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온다면 이를 통한 지역사회 감염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학부모들 사이에는 등교 수업을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녀의 등교 거부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원격수업이 어느 정도 정착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꼭 등교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전체 학년의 등교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오전 10시 기준으로 16만명을 돌파했다. 교육부는 방역 당국과 등교 일정을 논의 중이다. 등교를 또한번 미뤄야 할지, 미룬다면 얼마나 더 미룰지, 일부 학년씩 순차적으로 등교해도 괜찮을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3 등교를 일주일 미루자고 정부에 공식 제안했다. 또한 필요하다면 등교 일정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종료한 지난 5일부터 2주가 지난 시점인 오는 20일 등교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고3 등교수업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학생들의 안전이다. 이 문제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클럽 방문자들을 전원 확인해서 자가격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잠복 기간은 모두가 조심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제는 고3이다. 그렇지 않아도 13일 등교하면 바로 다음 날 전국연합 학력평가를 치르고 5월 말부터 중간고사를 보는 등 대입 준비와 시험 일정이 빠듯하다. 그동안 온라인 수업을 듣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등교 수업에 비하면 학습이 미비한 상태에서 계속 대입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면 고3 학생들의 피해는 막심하다. 벌써 재수, 반수를 하겠다는 학생들이 나온다. 학사일정을 면밀히 살펴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무리해서 등교했다가 학교에서 집단감염이라도 발생하면 고3의 입시 일정은 더욱 엉키게 된다. 예측 가능한 문제를 모두 염두에 두고 서둘러 강행하지 말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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