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현지시간 15일 성명을 통해 미국 기술을 사용한 반도체를 중국 화웨이가 사용하는 것을 막는 내용의 수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골자는 미국 기술을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화웨이가 설계했거나 화웨이가 주문해 만들어지는 반도체들이 규제 대상이다. 해외 기업이라도 미국의 기술을 이용해 화웨이 반도체를 설계해주거나 제조할 경우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때문에 이번 제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나 모뎀과 같은 화웨이의 비메모리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화웨이에 공급하는 메모리가 아닌 화웨이와 관련된 비메모리 반도체 이슈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조치가 한국 메모리의 화웨이 수출까지 포함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메모리가 중심인 국내 반도체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AP 같은 핵심 반도체 조달에 문제가 생겨 완제품을 제대로 생산하지 못할 경우에는 메모리 수요가 위축될 수 있다.
화웨이는 세계 1위 통신 장비 업체이자 세계 3대 스마트폰 제조사다. 통신 장비와 스마트폰에는 D램, 낸드플래시가 다수 탑재된다.
화웨이가 완제품을 못 만들면 메모리 구매량도 떨어지게 돼 삼성이나 SK하이닉스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
메모리의 간접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지만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면도 있다.
미 정부 조치로 화웨이 반도체를 생산해주는 대만 TSMC는 적잖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TSMC는 화웨이 반도체 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 납품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 된다. 또 TSMC 전체 매출에서 하이실리콘 비중이 1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제동을 걸 경우 실적이 나빠질 수 있다.
TSMC가 영향을 받게 된다면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에는 기회가 된다. 삼성 역시 화웨이 주문을 받을 순 없겠지만 TSMC에 대한 미국의 제재 강도가 높아지게 되면 보다 가시성 높은 삼성전자로 고객사의 이목이 쏠릴 수 있다. 미국 정부 제재에 따른 악영향을 우려해서인 지 TSMC는 120억달러를 투자, 미국 애리조나주에 5나노(㎚) 팹 건설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의 압박에 중국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은 불합리한 탄압을 중단하라”며 “중국은 우리 기업의 법적 권리를 확고히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관영 언론에서는 애플, 시스코, 퀄컴 등을 직접 거론하며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개되면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위축된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