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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아직도 불안한데 등교라니"…학부모도 전문가도 `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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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교개학 시기 미뤄달라" 청원 22만여명 동의

    감염 전문가 "청소년 무증상 감염↑…다른 학년이라도 등교 미뤄야"

    교육계 "학생부 반영시기 조정, 수능 연기 등 입시대책 필요"

    [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정부가 오는 20일 고3 학생들이 예정대로 등교 수업을 받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대입 준비가 급한 고3 등교를 더이상 늦출 수 없는 데다 이태원 발(發) 코로나19 재확산도 다소 안정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22만명이 동의하는 등 학부모와 학생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교육계와 감염 전문가 사이에서는 다른 학년만이라도 원격 교육을 진행하거나 대입 일정을 조정하는 등 장기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데일리

    박백범 교육부 차관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등교수업 관련 사항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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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3 학생들 오는 20일 예정대로 등교

    교육부는 17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고3 학생들이 오는 20일 예정대로 등교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국 학교는 오는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에는 고2·중3·초1~2학년과 유치원생이, 6월 1일에는 고1·중2·초 3~4학년, 마지막으로 6월 8일에는 중1·초5~6학년이 순차적으로 등교한다.

    교육부는 방역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코로나19 종식의 불확실성과 가을 2차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등교를 무기한 연기하기보단 철저한 방역조치 아래 등교를 하는 게 맞다고 판단 내렸다. 특히 고3의 경우, 진로·진학을 위한 학사일정 등 등교 수업의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등교를 해도 괜찮다는 정부의 판단과는 달리 교육계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개학 시기를 미루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글에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22만여명이 동의했다. 청원인과 청원 참여자들은 “학교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매우 적합한 장소”라며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등교를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각종 맘카페와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불안감을 호소하거나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고3 학생은 “만에 하나 감염될 경우 이로 인한 입시 준비 공백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등교 수업을 실시한다 하더라도 학교를 갈지말지 여전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다른 학생도 “아직은 불안하다” “초반 1~2주일이라도 교외체험학습을 신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고3 등교를 예정대로 강행하는 이유 중 하나인 진로·진학 준비가 과연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구심도 나온다. 등교를 해봤자 교사는 감염 예방 관련 관리·감독에 매달리고 학생은 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통제된 생활을 하는 만큼 교육활동이 제대로 되겠냐는 지적이다. 한 고3 부장 교사는 “만약 빈틈 없이 철저히 통제한다면 교육활동 자체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오히려 원격 수업만 못할 수도 있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허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감염상황 따라 바뀌는 단기 대책 아닌 장기 대책 필요

    방역당국과 감염 전문가들도 아직 안심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천지 교회 같은 폭발적인 대규모 유행으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오는 한 주 정도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태원 확진자 수가 줄었다고 하지만 관련 감염자는 분명히 산발적으로 계속 발생할 것”이라며 “특히 청소년들은 무증상 감염 확률이 높아 자칫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올해 안에 종식되기 힘든 만큼 고3이 안 된다면 적어도 다른 학년 만큼이라도 이번 학기는 원격 수업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등교를 하더라도 초반에는 점심 식사 없는 오전 수업, 이후에는 점심 식사와 오후 수업까지 진행하는 등 단계적 확대가 필요하다”며 “정부는 감염 상황만 따라 움직일 게 아니라 장기적 방안 마련이 필요해보인다”고 강조했다.

    교육계에서는 등교 시작일과 단기적인 방역 대책 등에만 목매기보다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장기적인 입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학부모네트워크, 서울혁신교육학부모네트워크,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서울지부, 평등교육실현을위한서울학부모회 등 4개 학부모 단체들은 “기존 법령을 뛰어 넘는 중앙 정부 기구와 교육청 단위, 구청 단위, 학교 단위의 비상 교육 기구를 운영해야 한다”며 “고3에 대해서는 수시 학생부 기재를 2학년까지로 제한하는 등 비상 입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교육감들도 상황에 따라 입시일정 조정은 물론 9월 학기제까지 고려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지난 14일 한 방송에 나와 “주말 동안 상황을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등교 수업 연기 결정을) 어렵게 하는 건 대입 일정인데,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한 달가량 미루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재정 경기교육감은 같은 방송에서 고3 학사일정 진행의 어려움을 지적하며 9월 학기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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