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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초중고 개학·등교 이모저모

    "이 시국에 학교 보내라고?" 교육부 등교 결정에 학부모·교사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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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 오는 20일 고3부터 순차적 등교 수업하기로

    학년별 격주제·격일제 운영 방침

    일부 학부모·교사,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 속 집단감염 우려

    아시아경제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 중학교 3학년,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 모(48) 씨는 교육부가 내놓은 등교 방침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온라인 개학으로 인해 교육까지 가정에서 도맡아 힘든 점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다시금 확산세를 보여 감염 우려가 가시질 않는 가운데 등교를 해야 한다는 지침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박 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중에는 학원에서 감염된 아이들도 있다. 우리 아이들도 걱정된다"며 "이런 시국에 어떤 근거로 등교를 강행하는 건지 모르겠다. 부모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 결정"이라고 성토했다.


    서울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확산으로 등교 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예정대로 오는 20일부터 등교수업을 시작하기로 17일 결정했다.


    이날(20일) 고3 등교 수업을 시작으로, 고2·중3·초1∼2·유치원생은 27일, 고1·중2·초3∼4학년은 6월 3일, 중1과 초5∼6학년은 6월 8일에 등교하게 된다.


    교육부는 학년별 격주제나 격일제를 운영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교실을 비롯해 급식실과 화장실 등에서 거리두기가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은 코로나19 집단감염 우려를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키우는 김 모(29) 씨는 "집에서도 통제가 잘 안 되는 어린아이들이 학교에 모여 선생님 1명의 지시를 잘 따를지 의문"이라며 "마스크 하나 쓰고 있는 것도 답답해하는 아이가 엄마 품에서 떨어져 어떻게 행동할지 뻔히 눈에 보인다"고 걱정을 토로했다.


    김 씨는 "행동 통제가 잘 안 되는 어린 학생들만이라도 등교를 늦춰주길 바란다"며 "교실에서 한 명이라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집단감염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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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부가 오는 20일 고등학교 3학년부터 순차적으로 등교 수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는 등교 연기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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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17일 정오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68명이다. 이 가운데 이태원 직접 방문 환자가 89명, 이들로 인해 전파된 환자가 79명으로 집계됐다. 현재 2·3차에 이어 4차 감염 사례까지 발생했다.


    교육부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있는 교사·학생이 총 1125명이라고 파악했다. 이들 가운데 91.2%(1063명)가 음성 판정을 받았고, 0.89%(10명)만 양성 판정을 받아 더 등교 연기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초등학교 교사 최 모(27) 씨는 "학교에서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도 방역과 감염 예방을 위해 다들 긴장한 상태"라면서 "아무리 방역이 철저하다고 해도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는 건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 씨는 "교실에서 기침만 해도 코로나19라며 놀리고 소문을 내는 등 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난도 무시할 수 없다"며 "여러 상황을 미뤄봤을 때 당장 등교를 하겠다는 결정은 강행에 가깝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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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등교 연기 촉구' 청원글.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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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등교 개학 시기를 미뤄주시기 바랍니다'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18일 오전 11시 기준 약 22만7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학교는 코로나 19의 확산에 매우 적합한 장소"라며 등교 개학 시점을 구체화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단체식사의 특성상 단 한 명의 확진자가 섞여 있어도 학교 전체가 감염에 노출될 수 있다"며 "학교에서 자택으로 이동할 때 대중교통이 주로 이용되기 때문에 확진자가 존재한다면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전파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은 등교 개학이 어려운 사태에서 합당한 대안"이라며 "잠재적인 위험성을 인지한 이상, 몇몇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교 개학을 서두르는 것보다는 온라인 수업의 장기화 대책을 논의해 처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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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27일 세종시 관내 학교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전문업체 직원들이 소독작업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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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교육부 박백범 차관은 지난 17일 오후 5시께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등교수업 대비 학생 분산방안 점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취업을 준비하는 아이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우리 고3 학생들과 같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등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고3 학생들은 사회로 진출하거나 상급학교로의 진학을 준비하는 마지막 단계에 와 있다"며 "학생들의 지난 11년간의 준비가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 상황으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도록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등·하교 시간은 시차제를 두고 있다"며 "3학년 등교하는 시간, 1학년 등교하는 시간과 6학년 등교하는 시간을 다르게 한다든지, 쉬는 시간 복도에서 일방통행식으로 갈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선생님들이 학생 전부를 쉬는 시간에 지도할 수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되기 전까지는 보조인력을 채용해 생활지도를 부탁드리려 한다"며 "등교가 개시가 되면 더 많은 인력이 보조인력으로 채용이 돼서 선생님들을 보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부는 각 학교를 대상으로 오는 20~22일 집중 방역주간을 운영해 개학에 대비할 방침이다. 아울러 학생 밀집도를 줄이기 위해 학급별 책걸상을 시험대형으로 배치하기로 했다. 학생 30명 이상의 과밀학급은 과학실, 시청각실 등 특별실을 이용하고 도서관 등 학생 공동시설 이용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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