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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금융지주, 당국 압박에 주주가치 제고 '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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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피해기업 대출여력 확보 차원서
당국, 금융지주 자사주 매입 및 배당 제한 움직임
주가 급락 속 금융지주 고심 깊어져
인위적 배당 제한 한계 전망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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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국내 금융지주들의 주주가치 제고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코로나 피해 기업들에 대한 대출 여력 확보 차원에서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급격히 하락한 주가 등을 감안하지 않을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 중앙은행은 오는 10월 1일까지 유로존 19개국 은행들에 대해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을 금지하고, 미국 주요 은행들도 6월 30일까지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영국의 주요 은행들도 자사주 매입 및 배당금 지급, 임원들에 대한 현금 보너스 지급 자제를 권고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국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국내 금융지주들도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등을 자제할 것을 우회적으로 권고했는데, 이는 코로나 사태를 맞아 금융지주들이 기업들에 대한 대출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당분간 실물지원을 위한 대출증가 필요성 때문에 금융지주들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배당금은 1주당 700원~2210원, 배당성향은 25%~26.5%이다. 금융지주들은 매년 배당규모를 확대해왔다. 아울러 자사주 매입도 지속적으로 늘렸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손태승 회장을 중심으로 자사주를 눈에 띄게 매입했다. 금융지주들은 급격히 하락했던 주가를 감안해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증가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에 따른 당국의 제한 움직임 등으로 금융지주들은 이를 마냥 늘릴 수도 없어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향후 계획이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고, 앞으로의 시장 상황 및 당국의 정책 방향성 등을 지켜보면서 관련 움직임을 구체화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자본 비율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한 인위적인 배당 제한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지주들의 이익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주당배당금(DPS)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각종 금융지원에 금융지주들이 동원되고 있어 주주가치 침해 우려 또한 커져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당국의 배당 제한은 장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은행주 매도를 가속화시키고, 투자자금 유출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는 상시적인 일이지만, 국내 금융지주들은 그동안 배당성향을 점진적으로 상향해왔다"며 "그러나 이번에 코로나라는 전례없는 사태가 발생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방향성을 정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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