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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前헌재 파견법관 "한정위헌 갈등, 대법은 감정적·헌재는 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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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서 양 기관 분위기 묘사

연합뉴스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근무를 모두 경험한 현직 법관이 '한정위헌'을 둘러싼 양 기관의 내부 온도 차이를 사법농단 의혹 재판에서 설명했다.

이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속행 공판에서 '법원 결정 취소' 의혹에 관해 증언했다.

이는 2015년 서울남부지법이 한정위헌 취지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결정을 내리자 법원행정처가 이를 직권 취소하도록 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이던 이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의 부탁을 받고 직권 취소가 가능한지 검토하는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는 재판연구관 부임 전 2년간 헌재 파견법관으로 근무했다.

한정위헌은 법률을 특정한 방향으로 법원이 해석하는 경우에 한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의 한 형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고위 구성원들이 헌재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위상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고 본다. 그런 와중에 일선 법원의 재판부가 한정위헌을 신청하자 이를 취소시키려 직권을 남용했다고 의심한다.

헌재와 대법원을 모두 경험한 이 부장판사는 자신이 경험한 양 기관의 대조적인 분위기를 묘사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나 대법원에 있던 분들은 한정위헌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라며 "논리적 타당성이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기보다는 이를 권한 싸움으로 바라보고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정적·정서적 대응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반면 헌재는 그런 권한 침해 문제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정위헌 결정으로 권한을 침해당하는 입장은 대법원"이라며 "권한을 침해당하는 사람은 예민하지만 침범하는 사람은 느슨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권한이 확대되는 것에 조심스러워하지 않느냐"는 재판부 질문에는 "전혀 없는 것은 아니고, 실질적으로 대법원의 결정을 취소하는 정도로 권한 침해가 명백한 부분에만 조심하고 신중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이런 갈등에 대해 "대부분 판사들은 일단 관심이 없다"고 전제했다.

이 부장판사는 한정위헌 결정이 오히려 적합한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법적으로 포르노그래피와 성 도구를 분리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똑같이 '음란물'로 규정하는 사례를 들었다.

그는 "성 도구에 대해서는 '왜 내밀한 영역까지 규제하느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라며 "이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하지 않으면 음란물 배포 전체가 위헌이 되고, 규제가 필요한 포르노그래피에 대해서도 효력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적절한 주문은 '음란물 중에 성 도구가 포함되는 한 위헌'이라고 하는 것"이라며 "사회적으로 적절한 결론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대법원의 정서 때문에 굳이 이런 주제를 꺼내 누군가를 설득하려 한 적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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