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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쌍용차, 평택·창원 공장만 빼고 모든 회사부지 매각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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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쌍용차, 자구노력 어떻게]

1년 안에 갚아야 할 돈만 3900억"

해고자 복직 등 고용 노력했는데 정작 정부는 아무 도움 안 줘"

한국GM, 비용 지출 줄이기 총력 "공공요금 납부라도 유예해달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약한 고리'인 쌍용자동차한국GM이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두 회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는데, 코로나발(發) 생산 차질, 판매 부진 충격파까지 맞으면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쌍용차, 차 공장 빼고 모두 판다

쌍용차는 경기 평택공장과 경남 창원공장 등 핵심 생산 시설 2곳을 제외한 모든 비(非)핵심 자산에 대한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팔 수 있는 모든 자산을 파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조선일보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쌍용자동차 서울서비스센터 전경. 서울에 있는 유일한 직영 서비스센터로 쌍용자동차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면적 1만8089㎡에 달하는 부지 매각을 추진 중이다. /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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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비스센터가 대표적이다. 서울서비스센터는 대전서비스센터와 함께 쌍용차가 가진 단 두 곳뿐인 직영 서비스센터다. 쌍용차는 1만8089㎡ 규모 서울서비스센터 부지를 팔아 약 1000억원(공시지가 기준 약 700억원)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초에는 부산물류센터를 265억5000만원에 매각했다.

1년간 갚아야 할 돈만 3899억원

쌍용차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앞으로 1년간 갚아야 하는 차입금만 3899억원에 달한다. 당장 7월까지 KDB산업은행에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영업실적은 13분기 연속 적자다. 작년 영업손실 2819억원에 올 1분기 영업손실 986억원이 추가됐다. 코로나 사태로 1분기 적자 폭은 전년 동기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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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감사 보고서에 대해 외부 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은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상장사의 경우 회계법인이 반기 보고서에 대해 의견 거절을 하면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고, 연간 사업보고서까지 의견 거절하면 상장폐지 대상이 된다. 삼정회계법인은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767억4800만원 초과하고 있다"며 회사의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고용 안정 노력해도 정부는 뒷짐만"

쌍용차 안팎에선 경영 위기 속에도 정부 권고로 해고자 복직 조치까지 했는데,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 정부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쌍용차는 2009년 옥쇄 파업을 주도했던 한상균 전 민노총 위원장을 포함해 해고 노동자들을 이번 달 모두 복직시켰다. 하지만 정부는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쌍용차 노사는 지난 8일 경기 평택시청에서 열린 노·사·민·정 협의체 간담회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문성현 위원장을 초청해 회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문 위원장은 2018년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 합의 때 중재를 맡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쌍용차는 아직 문 위원장이나 정부에서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올해 임금 동결에 노사가 합의하고, 해고자 복직 등 고용 안정에 힘썼는데, 정작 정부는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의 직접고용은 4912명, 부품업체 등 협력사를 감안한 간접고용까지 합하면 수만 명에 달한다.

쌍용차는 정부가 긴급 조성하려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중 2000억원을 빌리고, 산업은행 차입금 납부를 유예해 급한 불을 끄고자 한다. 하지만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대상에 자동차 업종이 포함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입장에선 주식도 보유하지 않은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명분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23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철회하고 400억원만 지원한 상황에서, 산업은행마저 등을 돌리면 상황이 정말 힘들어진다"고 했다.

한국GM "전기료라도 유예해달라"

쌍용차 못지않게 경영 상황이 안 좋은 한국GM은 최근 공공요금 납부 유예를 요청했다. 한국GM은 지난 18일 창원공장을 방문한 허성무 창원시장에게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비용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창원공장의 전기·가스·상하수도 요금 납부를 일정 기간 유예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허 시장은 "적극적으로 납부 유예를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한국GM은 부품 수급 차질로 그나마 잘 팔리던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1공장도 이달 들어 거의 휴업 중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경영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수출량 감소와 해외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일부 공장 가동 중단으로 3월 말 80%를 넘던 완성차 국내 공장 가동률이 5월 중순엔 60%까지 떨어졌다"고 밝혔다.

[안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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