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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삼성전자 빼면 상장기업 순이익 62%나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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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충격, 1분기 상장사 실적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순이익 큰 폭 하락

서비스업이 가장 큰 타격 받아… 유통업·섬유의복도 직격탄

코로나 충격으로 올해 1분기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당기순이익은 반 토막 났고, 상장사 10곳 중 3곳은 적자 상태였다. 지난해 1분기에도 반도체 업황 악화 등으로 순이익이 40% 가까이 줄었는데, 올해는 더 암담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19일 "코로나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상장사 7%가량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반 토막 난 상장 기업 순이익… 적자 기업 30%

19일 한국거래소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경영 실적을 분석한 결과, 1분기 매출액은 495조2735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0.8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9조4772억원)과 당기순이익(11조336억원)은 각각 31.2%, 47.8%나 감소했다. 연결재무제표를 제출한 12월 결산 상장 법인 592사를 대상으로 한 통계다. 전체의 30.6%인 181사는 아예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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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은 그대로인데 이익이 급감함에 따라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도 3.93%, 2.23%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만원짜리 물건을 팔았다고 할 때 원가, 인건비 등을 뺀 영업이익은 393원이고 이 중 실제로 손에 쥔 돈은 223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기업들의 부채비율도 높아졌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17.54%로 지난해 말(112.96%)보다 4.58%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전체 순이익의 44% 차지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1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매출액(55조3252억원) 비율은 전체의 11% 정도지만, 영업이익(6조4473억원)과 순이익(4조8849억원)은 전체의 33.1%, 44.3%에 달한다. 국내 상장사들이 1분기에 실제로 손에 쥔 돈의 절반 가까이는 삼성전자 몫이라는 얘기다. 삼성전자를 빼고 올 1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계산하면 각각 13조299억원, 6조1487억원에 그친다.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41%, 62%나 줄어든 것이다.

올해 1분기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 분야는 내수 업종이다. 지난 2~3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됐고 소비가 꽁꽁 묶이면서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줄어든 업종은 서비스업으로 전년 대비 61.1%나 감소(4조9026억→1조9064억원)했다. 서비스업에는 전체 17업종 중 가장 많은 105사가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유통업(-28.4%), 섬유·의복 분야(-24.6%) 등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닥 상장사들은 올 1분기 매출액 47조2151억원으로 전년 대비 6.7% 증가했고, 영업이익(1조7636억원)과 순이익(1조1369억원)은 각각 22.9%, 35.2% 줄었다.

◇"2분기는 수출 급감하며 더 어려울 것"

문제는 2분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것이다. 1분기에는 수출이 어느 정도 유지되면서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2분기에는 미국과 유럽의 '셧다운' 장기화로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실제로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액은 366억달러로 전년 대비 25.1%나 감소했다. 삼성증권 윤석모 리서치센터장은 "2분기에는 코로나 진정으로 내수가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출이 크게 부진할 것으로 보여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19일 '코로나19 확산의 수요 충격에 대비한 상장 기업 현금 소진 위험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수준 매출이 현상유지된다고 할 때 상장사의 3.22%는 6개월 내 보유 현금이 소진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이 비율은 7.23%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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