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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단독]"'아미'가 기부한 패딩···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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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1100만원 모금 방한용품 기부"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측 "못 받았다"

"정의연, 의견 다른 피해자 차별" 지적

정의연 "두 분 모두 전달…영상도 있어"

중앙일보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가 지난 2018년 12월 16일 정의기억연대 측에 기부한 물건. '아미' 측은 자체 모금한 1100만원으로 구매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정의연에 기부했다. 정의연은 이튿날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사진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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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맵 오브 더 솔: 7' 콘셉트 포토.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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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금 회계 투명성 논란에 휩싸인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클럽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 방한용품을 이용수 할머니와 곽예남 할머니 등 피해자 일부에게는 주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차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의연 측은 "곽예남 할머니에게는 BTS 팬클럽 측이 기부한 패딩을 직접 전달했고, 이용수 할머니에게는 택배로 발송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용수 할머니와 고 곽예남 할머니 유족 측은 "BTS 팬클럽이 기부한 패딩을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어서 양측 간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19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TS 팬클럽 아미(ARMY)는 2018년 12월 16일 자체 모금한 1100만원으로 구매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정의연에 기부했다. 정의연은 이튿날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정의연은 해당 자료에서 "지난 12월 16일 일요일,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가 전국에 계신 일본군성노예제 생존 피해자들의 겨울나기 지원을 위해 지난 11월 9일부터 30일까지 3주 동안 한국을 비롯한 미국·일본·유럽·중남미 지역 팬들의 자체 모금을 통해 얻은 모금액 약 1100여만원으로 구매한 방한용품을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사장 윤미향)에 기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갈수록 추워지는 날씨에 할머님들이 조금이나마 더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는 팬들의 의견이 모이게 되어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국내와 해외 팬들이 함께 연대해 자체 모금을 진행하게 됐고, 모금을 통해 모인 금액으로 겨울 외투와 방한용품 등을 갖추어 피해자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정의연을 통해 할머님들께 전달될 수 있도록 기부하게 됐다"는 '아미' 측의 기부 배경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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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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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 측은 정의연을 통해 "지난 28년간(2018년 기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해온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되고, 이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는 그 날까지 피해자들과 끝까지 연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정의연 측은 "이번에 전해주신 겨울나기 물품은 피해자들이 계신 지역으로 방문 지원할 때에 함께 전달해 할머니들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미' 측에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런데 이용수 할머니 측근과 2018년 12월 당시 생존한 고(故) 곽예남 할머니(2019년 3월 2일 별세) 유족은 "'아미' 측이 기부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아미' 측은 당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숫자에 맞춰 퓨마에서 나온 패딩 점퍼와 패딩 조끼, 양말과 내의 세트, 손 소독제, 손 세정제, 망고, 키위 등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2월 5일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 집(위안부 피해자 후원 시설)'에서 생활하던 고 김순옥 할머니(당시 97세)가 세상을 떠나면서 당시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6명이 남고,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6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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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가 2018년 12월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보도자료. 전날 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가 자체 모금한 1100만원으로 구매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정의연에 기부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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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의연 측이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 6명에게만 BTS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줬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나눔의 집 외에 전국에 흩어져 사는 나머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BTS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정의연을 통해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정의연이 정의연에게 비판적이거나 다른 목소리를 내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와 가족을 차별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 곽예남 할머니의 딸 이민주(46·목사)씨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정의연에서는 BTS 팬클럽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나눔의 집 할머니들에게 줬다고 두루뭉술하게 얘기하는데 이용수 어머니와 제 어머니(곽예남 할머니)는 분명히 못 받았다"며 "정의연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도우려는 BTS 팬들의 순수한 마음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자기네 말을 안 듣거나 밉보인 위안부 피해자나 가족에게는 지원을 안 해준다. 나눔의 집에 계시는 피해자만 피해자냐. 이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자 도덕적 흠결"이라고 했다.

이에 정의연 측은 이날 오후 늦게 입장문을 내고 "정의연은 2018년 12월 21일 조카 이모씨와 간병인이 같이 있는 상황에서 곽예남 할머니께 방탄소년단에 대한 설명과 함께 패딩을 전달해드렸다"며 "당일 전달 과정은 내부 공유를 위해 촬영한 동영상에 담겨 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이용수 할머니께는 방문 전달이 어려워 2018년 12월 28일 택배(로) 발송했다"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병상에 누워계신 생존자를 제외한 피해자 16명에게 직접 또는 택배 발송했음을 밝힌다"고 했다.

정의연 측 반론에 대해 이민주씨는 "(곽예남 할머니의) 법적 자식인 제게 ('아미' 측이 기부한 방한용품을) 전달하지 않고 조카에게 줬다는 게 더 이상하고, 이용수 어머니는 택배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며 재반박했다. 그러면서 "정의연 측에서 확실하게 줬다면 근거 자료를 제시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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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팬클럽 아미(ARMY)가 지난 2018년 12월 16일 정의기억연대 측에 기부한 물건. '아미' 측은 자체 모금한 1100만원으로 구매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전달해 달라며 정의연에 기부했다. 정의연은 이튿날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공개했다. [사진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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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수정: 2020년 5월 19일

애초 기사는 "정의기억연대가 BTS 팬클럽 '아미' 측이 2018년 12월 16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한 방한용품을 이용수 할머니와 곽예남 할머니 등 일부 피해자에게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취지로 나갔습니다. 앞서 중앙일보는 이날 반론을 듣기 위해 당시 정의연 이사장이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각각 오후 2시53분과 2시54분에 BTS 팬클럽 '아미' 측이 정의연에 기부한 패딩 점퍼와 방한용품을 이용수 할머니와 곽예남 할머니는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 확인과 입장 표명을 요청했지만, 끝내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후 6시31분 보도 이후 한경희 사무총장이 오후 9시28분쯤 기자에게 전화와 문자로 "정의연은 곽예남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 두 분 모두에게 '아미' 측이 기부한 패딩을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혀와 기사에 반영·수정했습니다.





◇ 바로잡습니다.

본지는 지난 5월 19일자 최초본에『[단독]“‘아미’가 기부한 패딩…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사실확인 결과, 정의기억연대는 ‘아미’가 기부한 패딩을 이용수·곽예남 할머니에게 전달한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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