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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난민 인정받고도 밀항 시도 왜?... "인종차별 심해 한국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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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트레아 출신 20대 중국행 선박 몰래 탑승하다 적발

2014년 난민 인정 받은 외국인...밀항 시도 의문 증폭돼

해경 조사에서 "인종차별 심해 한국 떠나고 싶었다" 밝혀

조력자 없이 부산신항 들어와 보안 시스템 문제 드러나

조선일보

밀출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20대 외국인의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중인 해경./ 창원해양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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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으로 인정받고도 중국 상하이행 배에 몰래 올라탄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20대 외국인의 밀항 시도 이유는 심한 인종차별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보안시설인 부산신항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현재까지 조력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며 부산신항 보안의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창원해양경찰서는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 A(29)씨에 대해 조사를 마무리하고, 부산출입국·외국인청에 신병을 인계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7일 부산신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향하는 몰타 국적 컨테이너 화물선(9만4000t급) 보일러실에 몰래 숨어 들어 밀출국을 시도하다 순찰중인 선원에게 발각돼 해경의 조사를 받았다.

A씨는 지난 2014년 난민신청을 통해 입국한 등록 외국인으로, 불법체류자 신분이 아니라는 점에서 밀항 시도에 대해 의문이 뒤따랐다. 경찰도 A씨가 밀항을 시도할 만한 여타 범죄 등의 가능성을 두고 조사를 벌였다.

해경 조사에서 A씨는 “아프리카 출신 흑인이라는 이유로 심한 인종차별을 받았고, 다른 외국인들과 비교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돈이 없고, 합법적으로 한국을 벗어날 방법이 없어 밀항을 선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경찰도 A씨로부터 다른 범죄 정황을 찾지 못했다.

이태원 클럽 등 코로나와도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이 선박에 숨어있던 A씨를 붙잡았을 당시 A씨 휴대전화엔 서울시가 이태원 방문자를 대상으로 발송한 코로나 감염증 안내 문자 메시지가 발견됐다. A씨의 체온을 쟀을 때도 37.2도까지 나와 접촉한 해경 10명 가량이 격리조치되고, 선원을 태운 선박이 묘박지에 임시정박하는 등 긴장감이 커졌다.

다행히 코로나 검사에서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A씨가 머물던 숙소가 서울 이태원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했다. 코로나가 집단 발병한 기간(4월말5월초) 사이 클럽에는 가지 않았고, 환전소나 은행 같은 곳만 들렀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해경 조사를 종합하면 A씨는 인종차별로 한국이 싫어져 지난 16일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왔다. 서울과 가까운 인천이 아닌 부산으로 온 것은 지도를 보고 한국에서 가장 큰 항구가 있다고 생각해 온 것이라고 경찰에 밝혔다. 부산에 도착한 A씨는 강서구에 있는 부산신항으로 들어온 뒤, 지난 17일 새벽 중국 상하이로 출항하는 선박에 몰래 올라탔다. 당시 부두에서는 컨테이너 하역이 한창이었지만 어느 누구도 낯선 A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해경은 이 과정에서 A씨가 국가보안시설인 부산신항에 어떻게 제지없이 들어올 수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벌였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조력자가 없는 점만 확인한 상태다. 내부 조력자가 없는 점에서는 다행으로 볼 수 있지만, 민간인에 의해 속수무책으로 항만 보안 시스템이 그대로 뚫렸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덜 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A씨가 몰래 올라 탄 선박은 부산신항 2부두에서 출발했다. 부산신항 2부두 항만시설 경비와 보안 업무는 부산신항보안공사에서 맡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A씨에 대한 조사는 마무리했어도 이와 별개로 부산신항에 A씨가 몰래 들어올 수 있게 된 경위에 대해 조사중에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부산신항보안공사에서도 내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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