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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연합시론] 윤미향 의혹 해소 안되면, 민주당의 정치적 단안 필요하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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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인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끈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주먹구구식 운영과 회계 부실을 넘어, 여러 석연찮은 돈 문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대협의 경기 안성 쉼터 고가 매입과 부친 위탁관리, 저가 매각 의혹이 일으킨 파문은 당선인의 2억원대 경매아파트 구매자금 출처 의혹 제기와 부실한 해명 및 수정으로 더 커진 느낌이다. 여기에다 정대협 대표 시절, 해외에 위안부 실상을 알린다며 개인 명의 계좌로 기부금을 모아서 썼으나 용처가 모호하다는 분석과 정의연의 국고보조금 국세청 공시 누락에 이은 정대협의 자산 공시 누락 의혹이 추가됐다.

정의연과 윤 당선인은 이렇게 의혹이 나올 때마다 나름대로 해명하고 사과했지만, 의문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논란은 그사이, 국세청 등 당국의 오류 시정 요구와 정의연의 이행, 자체 외부 회계 감사 실시와 강화만으로 해소될 단계가 지났다. 여러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은 증거인멸 우려를 내세워 사건을 배당하고 강제수사 착수를 결정했다. 민주당에선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이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고, 같은 당 3선의 박범계 의원은 "검찰 수사까지 기다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이라던 종전의 당내 기류가 확연히 변한 느낌이다. 윤 당선인의 자진사퇴를 바라는 의견을 대변한 거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그러나, 의정활동을 통해 평가받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혀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주목된 것은 윤 당선인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20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브리핑이었다. 그러나 정의연 측 요청으로 브리핑은 취소됐다고 한다. 여론이 납득할만한 종합 해명과 입장을 내놓는 것이 그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이른 시일 내 그런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하겠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애초 이 브리핑을 지켜본 뒤 당 지도부의 판단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사정이 달라져 이르면 당일 개최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호중 사무총장의 보고를 받은 후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윤 당선인의 석명은 미흡했다. 빗발치는 의혹 제기에 대해 한때 친일파의 공세라고 맞선 것도 프레임 씌우기로 비판받았다. 윤 당선인과 정의연에 거론된 의혹은 압도적 여론의 지지와 역사적 대의를 앞세운 위안부 운동 단체와 시민활동가의 도덕성 흠결이나 부정 개연성에 관한 것이다. 친일, 반일과는 관계가 없다. 물론 이참에 잘 걸렸다며 친일파들이 부당하게 공격하고 일본 우익들은 즐거워할는지 모르지만, 그것이 두려워 그냥 덮고 넘어갈 문제였다면 이 정도로까지 일이 커지지는 않았을 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윤 당선인 이슈를 더 키우려는 미래통합당은 국정조사 추진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과반 의석에 크게 미달하는 당세로는 관철하기 어려운 목표이지만 그만큼 사안을 무겁게 보고 있다는 정치적 표시다. 민주당뿐 아니라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의 여야 관계에 이번 논란이 큰 장애가 되어가는 모습이다. 민주당으로선 윤 당선인을 당에 그대로 둔 채 계속 불거져 나오는 관련 의혹과 해명, 그리고 검찰 수사를 지켜보기에는 감내할 부담이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정치적' 단안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공당으로서 그를 공직 후보로 추천했다면 이런 경우, 진퇴에 대해서도 개인에게만 맡겨둘 게 아니라 당이 책임지는 것이 옳다. 30년 위안부 운동을 선도한 윤 당선인이 그 경험과 역량을 자산으로 의정활동을 펼치기가 점점 어려운 처지로 몰리고 있다. 이미 그렇게 됐다고 보는 사람도 많다는 점을 민주당은 유념해서 판단해야 한다. 민주당은 그러나, 이번 일로 인해 윤 당선인과 정의연의 운동 역사와 대의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될 것이다. 정의연 등 시민단체의 회계 투명성과 합리적 운영 체제는 더욱 강화되어 수요 집회와 위안부 운동은 지속돼야 한다. 민주당은 이를 위해서라도 윤 당선인의 거취 결정뿐 아니라 추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책임 있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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