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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단독]고용보험 ‘특고 제외’, 여도 야도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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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환노위 회의록 보니 ‘대상 제외’ 이견 없이 일사천리 합의

신속 처리 명분…회의 전부터 ‘예술인만 보험 적용’에 뜻 모아

민생위기 대응 외쳐온 국회, 사회안전망 강화에 소극적 태도

경향신문

‘비정규직 이제그만’ 주최로 지난달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코로나19, 비정규직 증언대회 및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특수고용노동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회견에서 “코로나19는 우리가 사는 사회의 불평등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면서 불안정해진 고용과 소득, 위협받는 생존권과 건강권 등에 대해 증언했다. |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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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20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특수고용노동자를 제외하고 예술인만 고용보험에 포함토록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야당 반대가 형식상의 이유였지만, 신속한 법안 처리 명분을 앞세운 여당도 ‘특고 제외’ 방침에 동의한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민생위기 대응을 외쳤던 국회가 정작 특고 노동자들의 안전망 강화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여야는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서 특수고용직을 제외키로 결정하는 데 별다른 이견 없이 일사천리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종별로 가능한 것은 포함시키자’는 건의가 나왔지만 ‘예술인부터라도 하자’는 명분에 가로막혔다.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예술인만 포함시키는 별도 조문을 심사 테이블에 올렸다.

여야 위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회의 전부터 특수고용직을 고용보험 대상에서 제외키로 여야가 사실상 합의했던 것으로 보인다. 고용보험법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미래통합당 소속 임이자 소위원장은 “오늘은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만 논의하고 21대 국회에서 다시 특고 노동자를 논의하는 걸로 하자”고 운을 뗐다. 임 위원장은 “저도 노동조합 출신이라 사각지대 계신 분들의 복지 확대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노사) 양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 특고 확대는 시간을 갖고 논의해도 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한정애 의원은 “특고까지 하냐 마냐를 논의하면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조차 논의를 제대로 못할 가능성이 크다”며 “예술인만이라도 오늘 논의 하자”고 수용했다. 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특고 중에서) 문제없는 직종은 포함시키자”고 했지만 “하나 하는 데도 오늘 밤을 새울 것”이라는 임 위원장 반대에 막혔다. 정부도 “오늘은 물리적으로 예술인 외에는 어렵다”고 말을 보탰다.

이날 회의 전부터 이미 여야는 ‘예술인만 고용보험’에 뜻을 모았다. 7일 민주당과 통합당 환노위 간사들의 사전 모임에서 통합당은 구직자 취업촉진법 통과에 합의하는 대신 고용보험법은 예술인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자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특고 노동자 일부라도 고용보험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지만 법안 심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이유로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정부도 여야 합의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법안소위에서 “예술인 부분을 특례 형태로 떼 전문위원실과 협의해 조문을 재정리하고 양당 간사 보좌관과 협의했다”며 미리 준비한 자료를 제출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 환노위 최우선 과제로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적용을 내세우지만 합의 여부는 불확실하다. 당시 회의에서 한정애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특고 노동자를 제일 먼저 논의하자는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말하자 신창현 의원은 “누가 환노위에 오실 거냐”고 물었다. 이에 한 의원이 “저요”라고 답했고 임 위원장은 “한 분 계신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용보험 범위 확대라는 당위 측면에서 공감대가 있지만, 21대 원구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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