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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아이비 “제멋대로 사는 철부지 연기하면서 저의 20대도 되돌아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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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렌트’ 미미역 맡은 아이비

동아일보

아이비는 “뮤지컬 ‘렌트’는 청춘들의 이야기이지만 인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이라며 “젊은 시절을 추억하고 삶의 방향을 돌아볼 수 있는 무대가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세상의 모든 자원, 사람의 마음과 사랑, 어쩌면 생명까지도 잠시 빌려온 게 아닐까요? 비단 월세 낼 돈이 없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결코 온전하게 소유할 수가 없는 거죠.”

다음 달 16일 무대에 오를 뮤지컬 ‘렌트’에서 클럽 댄서 ‘미미’ 역을 맡은 뮤지컬 배우 아이비(38)는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기자와 만나 작품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그가 부르는 한 넘버의 가사처럼 가질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해야 할 것도 결국 ‘오직 오늘뿐’인 것이다.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에 모여 사는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렌트’는 터부시되던 마약, 에이즈, 동성애 등의 서사를 다양한 음악 장르와 혼합해 큰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는 1996년 초연됐고 국내에는 2000년 첫선을 보인 후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지금도 쉽지 않은 이슈를 1990년대에 이미 선보였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그는 제어되지 않는 젊음의 충동과 중독, 방황을 소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했다. 출연진이 연습 첫날 가장 먼저 한 것도 “자신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어려움을 극복했던 경험을 두세 시간에 걸쳐 허심탄회하게 서로 나누는 일이었다”고 귀띔했다.

“등장인물이 대부분 20대 초반이에요. 또래가 보면 멋질 수 있지만 지금 우리가 봤을 땐 철없는 나이죠. 돈이 없다면서도 돈 벌 노력은 전혀 안 하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마음대로 살아요. 그런데 우리도 그랬어요. 시대가 달라져도 ‘젊음의 아이러니’는 비슷한 거죠. 그 덕분에 순수한 열정이 있던 시절을 떠올려보고 지금의 나는 뭘 위해 사나 질문해 보기도 해요.”

에이즈에 걸린 클럽 댄서 미미는 파격적이고 섹시한 역할이라 “미미 역에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이야기를 지금껏 많이 들었다. 그는 “섹시한 역할이야 많이 해봐서 ‘생활’인데(웃음) 약에 취해 춤추고 노래하는 10대의 혈기왕성한 에너지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고민”이라고 말했다. 과격한 안무가 많은 탓에 그의 다리에는 시퍼런 멍 자국이 많았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어가는 ‘송 스루(Song through) 작품’도 처음이라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연습에 몰두 중이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의상이 많아 체중 조절에도 신경 쓰고 있다.

그는 “코로나19 때문에 연초 공연했던 ‘아이다’의 지방 공연이 무산돼 너무 아쉬웠다”며 “최근 상황이 염려되기도 하지만 힘든 시기에 좋은 공연이 더 큰 메시지와 위안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시대’ ‘지금 여기’에 여러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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