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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중대본, 선별진료소 에어컨에 '헤파 필터' 쓰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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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95 마스크처럼 비말 차단"

전문가 "구형 에어컨엔 효과없어"

조선일보

/위닉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전국에 코로나 바이러스 선별진료소를 대상으로 '에어컨을 작동할 경우 반드시 헤파(HEPA) 필터를 장착하라'는 여름철 운영 지침을 내렸다고 19일 밝혔다. 여름철 선별진료소에서 에어컨을 통해 코로나 환자의 비말(침방울)이 실내에 퍼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게 중대본의 설명이다. 지침에는 에어컨 바람이 의료진에서 환자 방향으로, 최대한 천장 쪽으로 가도록 작동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방역 당국은 헤파 필터가 바이러스 자체는 걸러낸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비말을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0.3㎛(마이크로미터)의 입자를 거르는 헤파 필터가 공기 중에 떠 있는 0.5㎛ 크기의 비말을 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헤파 필터가 0.3㎛의 입자를 95% 이상 막아주는 N95 마스크(의료진용 마스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전 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에는 대부분 방역용 마스크에 들어가는 MB(멜트블로운) 재질을 사용한 헤파 필터가 들어 있다. 에어컨은 2015년 무렵부터 헤파 필터에 준하는 공기 청정 기능이 본격적으로 탑재됐다. 에어컨은 MB 재질의 헤파 필터를 사용하진 않지만, 전기집진 방식으로 헤파 필터와 같은 성능을 발휘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문가와 가전업계는 "구형 에어컨에 헤파 필터를 장착하는 건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기존 에어컨에 추가로 헤파 필터를 장착할 경우 흡입구와 필터가 제대로 밀착되어야 하고, 내부의 팬(fan)이 더 강한 출력을 내야 필터가 제 효과를 낼 수 있다"면서 "흡입구와 필터를 제대로 밀착하기도 어렵고, 팬의 효율이 떨어져 필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에어컨에 헤파 필터를 장착하면 냉방 효율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에어컨에 공기 청정 기능이 있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함 교수는 "실내에서 에어컨을 켜면 비말 중 일부는 에어컨에서 나온 바람을 타고 그대로 멀리 퍼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필터 자체가 바이러스를 완전히 거르는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헤파 필터가 있는 공기청정기, 공기 청정 기능이 있는 에어컨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헤파(HEPA) 필터

헤파(HEPA)는 'High Efficiency Particulate Air'의 약자로, 통상 헤파 필터는 공기 중에 떠 있는 0.3 ㎛(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 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99.97% 이상 거르는 필터를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에서 분류한 공기 필터 등급 중 H13, H14가 여기에 해당한다. 무균실이나 의학실험실, 음압병실에 활용되며 고급형 공기청정기에도 내장돼 있다.

[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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