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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발언대] '정의' 배신한 '정의망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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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필자는 몇 년 전부터 매월 둘째 목요일 은퇴한 교수들과 정기 모임을 갖는다. 서울 시내 서점에서 만나 새로 나온 책을 살펴본 후 점심을 함께 먹고 차도 마신다. 모임이 끝난 후 각자 귀가할 무렵 카톡으로 그날 지출액을 계산한 정산서를 받는다. 회원들이 추렴한 식사비와 찻값 사용 내역에 대한 회계보고서이다. 금액이 얼마 되지도 않고 그 누구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회계학을 가르쳤던 한 회원은 평소 습관대로 투명한 회계 처리를 거르는 일이 없다.

최근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문제 해결이란 명분으로 받은 국가보조금과 기부금 등에 대해 과도하게 부풀린 회계 처리를 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세청도 정의연 회계장부에 일부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고 재공시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의연은 회계 비리 의혹을 부인하면서 "어느 시민단체가 기부금 내역을 샅샅이 공개하느냐"며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 수입·지출 항목별로 구분해 기재하는 회계 처리의 기본 상식을 부인하는 것이다. 정의연은 기부금 씀씀이에 대한 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 악의적인 왜곡 보도라고 주장하고, 관련 의혹을 제기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에 대해서는 '기억 왜곡'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입만 열면 정의·공정·민주·인권을 내세우고 있다.

정의연은 설립 목적·취지에 맞게 기부금 세부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게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다. '정의기억연대' 약자를 '정기연' 대신 '정의연'이라고 한 것은 '정의'를 내세우고 싶은 욕심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의혹을 보면 '정의망각연대'(정망연)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최성용 서울여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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