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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사이언스] 산소없이 생존하는 생물 발견…생명체 진화 비밀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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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주로 연어 몸에서 서식하는 기생충인 `헤네구야 살미니콜라`를 현미경으로 확대 촬영한 모습. 이 기생충은 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제공 =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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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없이도 생존할 수 있는 다세포 생물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모든 다세포 생물은 세포의 산소 호흡이 생존에 필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 같은 기존 통념이 깨진 것이다. 생물의 생명활동과 진화를 연구하는 데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로테 후촌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동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흔히 연어 기생충인 '헤네구야 살미니콜라'가 세포 호흡을 하지 않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혐기성 세균 같은 단세포 생물을 제외한 다세포 생물 가운데 세포가 산소 호흡을 하지 않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후촌 교수는 "헤네구야 살미니콜라에는 세포 호흡을 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지놈)가 없었다"고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기생충을 비롯한 모든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세포소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에는 에너지 공급, 세포 호흡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유전자가 들어 있다. 진핵생물은 세포 안에 막으로 둘러싸인 핵과 다른 세포소기관들을 갖고 있는 생물체로, 동식물뿐 아니라 일부 균류까지 포괄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체의 화학에너지인 '아데노신삼인산(ATP)'을 만들어내기 위해 산소를 분해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ATP는 진핵생물의 세포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된다. 이 때문에 저산소 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한 혐기성 세균과 달리, 일반적인 다세포 진핵생물들은 저산소 환경에 노출되면 세포 호흡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면서 에너지가 떨어지고 생명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하지만 헤네구야 살미니콜라는 숙주인 연어의 몸속에 숨어 살면서 저산소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염기서열 분석법과 형광 현미경 기법을 활용해 분석한 결과, 이들 기생충에게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체의 전체 또는 일부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유전적으로 헤네구야 살미니콜라와 가까운 어류 기생충인 '미소볼루스쿠아말리스'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유전체가 그대로 발견됐다.

후촌 교수는 "헤네구야 살미니콜라는 특이적으로 생존에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다세포 생물이라는 뜻"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는 저산소(혐기성) 환경에 대한 적응이 단세포 생물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세포 생물인 기생충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6년 안나 칸코스카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교수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가 없는 단세포 진핵생물 '모노세르코모노이데스'를 발견했다고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발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에서 미토콘드리아가 했던 필수 기능이 세포질 내 다른 유전자 시스템으로 대체됐다고 분석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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