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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학교 문은 열지만 선생님들은 걱정이 '태산'…방역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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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자율적으로 하라지만 경우의 수만 복잡해져"

특별실 활용도 제한적…'학운위 회의실' 개조 검토도

뉴스1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전북 전주시 전주생명과학고등학교 급식실에서 방역인력들이 소독을 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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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지형 기자 =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등교수업이 실시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당국이 제시한 학생 밀집도 최소화 방안이 학교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80일 동안 개학이 5차례 연기된 뒤 20일부터 실시되는 유치원·초·중·고교 순차등교에서 교내 밀집도 최소화는 학생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꼽힌다.

앞서 교육당국은 등교수업을 준비하면서 각 학교별로 상황에 맞게 격주·격일제 수업이나 미러링 수업(학교 내 원격·대면 혼합수업) 등을 실시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학생 사이에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고 학교에서 생활할 때도 학생끼리 접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 위험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교육당국은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세부 사안은 개별 학교가 정하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에 있는 교사들은 학교가 자율성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제한적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학교마다 다른 학사진행과 수업방식이 도리어 학교 사이에 비교를 일으키고 학부모가 학교를 불신하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A고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서진희씨(가명·46·여)는 "학교에서 마치 다 결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곳이랑 다르게 했다가는 욕만 먹을 수 있다"면서 "교장선생님도 다른 학교를 하는 것을 살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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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됐던 고3 학생들의 등교 개학을 하루 앞둔 지난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장성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교직원들이 체온계 등 코로나19 비상용품을 확인하고 있다. 2020.5.19/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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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생 수가 많은 과밀학급·과대학교 같은 경우 교내 유휴공간을 활용해 인원을 나눠야 하지만 남은 교실이 있어야만 가능한 얘기다.

서울에만 해도 전교생 수가 1000명 이상인 과대학교가 177곳에 달한다. 모든 학급이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과밀학급이고 전교생 수도 1000명이 넘는 학교는 52곳이나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씨는 "특별실도 학교마다 상황이 다른데 우리 학교는 특별실 공간이 좁고 몇 개 없다"면서 "학생수가 줄지 않아 학급수가 많은 경우에는 특별실을 교실로 활용하는 경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습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실도 개조해 교실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미러링 수업'도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방송장비도 있어야 하는데 학급별로 갖출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차라리 온라인 수업을 강화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 18일 성명에서 "중·장기적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는 거듭된 주장에도 그저 등교일정을 조정하는 단기 대응만을 반복하고 있다"며 "학교 현장을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극한 상황으로 몰고가는 것"이라고 교육당국을 비판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도 "정부 방안대로 하면 고3은 등교개학이지만 고 1~2는 온·오프라인 수업을 병행하라고 하면 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책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일선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보다 유형을 정해서 택일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지학 보건교육포럼 수석대표는 "유형이 있으면 택일을 할 수 있는데 학교 상황에 맞게 할 수 있도록만 하니까 오히려 다양한 경우의 수가 나와 더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kingk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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