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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2 (일)

[기고]수사권 조정, 후속조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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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법학박사]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태워졌던 수사권 조정 법안이 공포되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해방 이후 70여년 만의 일이다. 경찰은 쾌거이고 검찰은 패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효율성에 근거한 국가의 새 사법시스템을 향한 첫발로 봐야 한다.

법안에 대하여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다. 수십 년간 논의만 반복하다가 현실로 닥쳤으니 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들뜰 것도 아니고 염려할 것도 아니다. 이를 어떻게 자리매김해 나갈 것인가의 중요한 과제가 남아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경찰이 일차적 수사권을 행사하고 검사는 공소제기권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끔 하였다. 검찰청법도 검사의 수사개시 대상을 경제범죄나 공직자범죄와 같은 일부 중요범죄에 한정하였다. 이번 수사권 조정에서 압권은 단연 경찰의 수사종결권이다. 대신 절차 곳곳에서 검사가 경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나 시정조치 요구권, 인권침해에 대한 징계요구권과 같은 촘촘한 통제장치를 두고 있다.

검사와 경찰의 관계도 상명하복에서 협력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번번이 논란이 되던 검사의 영장기각에 대하여 경찰이 이의제기 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두었다. 주목할 것은 그동안 검찰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던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자격 요건을 경찰의 그것과 같이 엄격히 하였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사실무와 재판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에서 시작하여 시민의 인권보장에 괄목할만한 변화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법안 통과는 시작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이를 잘 꿰어 순항케 하는 것이다.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경찰권 통제로 인권을 어떻게 기약해 나갈 것인가이고, 다른 하나는 수사권 조정을 뒷받침하는 하위법규에 그 취지를 잘 담아내는 것이다.

먼저 인권에 대한 부분이다. 개정법은 검사의 경찰에 대한 보완수사 및 시정조치 요구권을 너덜너덜해 보일 정도로 장황하게 규정하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의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한 시민의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짐작된다.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야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문제는 이를 경찰과 검찰의 관계 설정만으로 풀려고 해서도 안 되고 풀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대등적 협력관계라는 기관 간의 성격에서도 그렇지만 비대한 경찰조직을 그대로 둔 채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권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경찰의 거대몸집부터 분해하여 발전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그 해답이 자치경찰제에 있다.

물론 수사권 조정논의와 함께 자치경찰제를 논의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논의는 기존 국가경찰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루어져 왔다. 국가경찰 기능 일부를 자치경찰로 넘긴다고 하지만 오히려 전체 경찰총량은 늘어나는 모양새다.

문제는 그마저 지지부진하다는 사실이다. 자치경찰을 신속하고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 제주식 자치경찰 모델로는 비대해진 경찰권으로부터의 인권보장책 구실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경찰청 이하의 조직은 자치단체로 넘겨 주민통제를 받게 하는 온전한 자치경찰제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이와 함께 꾸준히 논란이 되어 온 정보경찰의 폐지나 대폭축소 또한 눈앞의 시급한 개혁과제다. 이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 경찰개혁을 말하기는 어렵다. 수사권과 정보권의 결합에 의한 경찰의 거대공룡화로 다시금 경찰국가로 되돌아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칫 수사권 조정의 성과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자치경찰제 추진과 함께 정보경찰 폐지 문제가 병행하여 논의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다음으로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하위법령을 통하여 지혜롭게 녹여내야 한다. 개정법에서 수사시스템의 근간은 바꾸어 놓았다지만 그 성패는 이를 구체화하는 세부작업에 달려있다. 공정한 수사나 인권을 위한 검사의 사법적 통제도 수사권 조정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일례로 검사의 경찰에 대한 시정조치 요구권 행사라는 것도 권한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정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때로부터 1년 내에 시행토록 되어 있어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하루바삐 수사권 조정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한 후속조치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법안의 가장 큰 이해당사자는 시민이다.

머니투데이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법학박사)




최영승 대한법무사협회장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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