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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선생님 나가면 마스크 벗고 논다"…거리두기도 사실상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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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개학 첫날…무리지은 학생, 1~2m 거리두기 무너져

"친구만나 반갑고 수능 준비해 좋지만…감염 안심 못해"

뉴스1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 개학이 시작된 20일 울산 중구 함월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윤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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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이상학 기자,박종홍 기자 = 20일 오후 3시55분 서울 서대문구 A고등학교 정문 앞. 등교 개학 첫날 고3 학생들이 1~2명씩 하굣길에 나섰다. 학생 3명이 나란히 마스크를 턱 밑으로 내린 채 정문 밖으로 나오자 경비원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정문 앞에 오토바이를 세워 둔 한 10대는 마주친 친구를 태우고 달렸다. 하교 인원은 점차 늘어나더니 삼삼오오 우르르 몰려나왔다. 1~2m 거리 두기 예방수칙은 무너지고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약 80일간 미뤄졌던 고3 학생들의 등교가 이날 시작됐다.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19 감염세가 주춤하면서 정부는 예정대로 고3 학생의 등교를 진행했으나 학업 현장 곳곳에선 아찔한 풍경이 연출됐다.

하굣길 A고등학교 학생 대부분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러나 교실 안에선 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이 학교 고3 김모군은 "마스크 쓰고 있으면 숨이 안 쉬어져 답답하다"며 "선생님이 나가면 (학교 안에서) 대다수 친구가 마스크를 벗고 논다"고 귀띔했다.

정부의 학원 등원 자제 요청에도 김군은 "(오늘) 학원을 간다"며 “고3인데 학원 가지 말라면 어떻게 하냐"고 되물었다. 무리 지어 나온 학생 6명 가운데 한 명은 "오늘 과외받는다"며 "학교도 가는데 과외 받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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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된 20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장덕고등학교에서 이 학교 3학년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2020.5.20/뉴스1 © News1 한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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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감염보다 수능이 더 걱정스럽다는 반응도 보였다. 이 학교 B학생은 "내가 고3일 때 왜 코로나19가 터졌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수능 계획도 잡기도 어렵고 또 언제 그만 나오라고 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적잖은 학생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반가웠다"고 웃었지만 등교 개학 첫날 우려스러운 상황은 잇달아 발생했다.

경상북도에서는 코로나19 의심 증상으로 학생 84명이 등교하지 않았다. 등교 후 의심 증상으로 귀가한 학생은 63명이나 됐다. 이 지역 학생 총 147명이 수업을 받지 못한 셈이다. 충청북도에서도 학생 10여명이 발열과 설사 등 증세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 고3 유모군도 "학교에서 나름대로 안전 수칙을 지켰으나 안심할 수는 없었다"며 "(감염균이)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고 밥 먹을 때는 마스크 벗어야 하니까 불안감을 완전히 떨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유군이 다니는 학교는 감염 우려를 이유로 구기 운동을 금지했다. 밀착 접촉 방지를 위해 한 방향으로 걷도록 조치했다. 점심시간 이 학교 운동장 한복판에서 실제로 축구를 하거나 뛰어다니는 학생은 없었다.

그러나 삼삼오오 붙어 나란히 다니는 학생 무리는 눈에 띄었다. 학교 현장에서 1~2m 거리두기 준수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집에 있는 것보다 수능 준비하기 좋다'는 이유로 등교 개학을 환영하는 학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등교 개학을 미뤘어야 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고3 학생은 "등교 개학을 연기하는 편이 좋았을 뻔했다"며 "친구들이 기침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 학생은 "친구들을 다시 보게 된 것은 좋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mrl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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