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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 (월)

여권 “한명숙 사건 재조사”… 통합당 “사법부 불신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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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결’ 뒤집기 충돌 / 김태년 “檢·法 진실 밝히는 일에 착수해야” / 추미애 “과거수사 문제… 검찰 개혁해야” / 김도읍 “韓 前총리, 재심 청구하면 될 일” / 대검 “韓씨 비망록 재판 과정 증거 채택” / 수사팀 “韓씨, 검사에게 호의 표시했다” / 법조계 “대법 판결로 끝난 사건… 秋 경솔”

더불어민주당이 20일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이 제기된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21대 국회에서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조사를 고리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 전 총리 수사팀은 여권의 공세에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반박했다. 미래통합당은 여권이 유죄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며 사법 불신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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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대법원에서 실형 2년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운데)가 지지자들의 배웅 속에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눈물을 닦고 있다. 뉴스1


김태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거론하면서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법원은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한 전 총리는 2년간 옥고를 치르고 지금도 고통받는데, (재조사 없이) 넘어가면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며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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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현안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날 한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재조사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였다. 법사위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민은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한다”면서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은 “당시 관련 증언이 조작됐다는 당사자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됐다”며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보면 과거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로 하면 정부를 상대로 상고법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며 “당시 엄격한 사법 판단을 한 게 맞는지 의문이 생겼기 때문에 법원 자체조사를 이야기하는 것일 뿐 사법 안정성을 해친다고 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김도읍 의원은 “총리까지 지낸 분이 유죄 확정된 재판에서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법에 보장된 대로 재심을 청구해서 억울함을 밝히는 게 맞다”면서 “법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이날 수사팀 입장문을 통해 “한 전 총리 사건을 심리한 1~3심 재판부는 한 전 대표의 비망록을 정식 증거로 채택했고, 대법원도 이를 검토해 한 전 총리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며 “한 전 대표가 구치소 수감 중 ‘참회록, 변호인 접견노트, 참고노트, 메모노트’ 등의 제목으로 허위 사실을 기재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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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수사팀은 한 전 대표가 2010년 8월13일 구치소에서 부모님 접견 중 ‘(검사님이) 저한테 잘해주고 재기할 수 있다고 격려를 많이 받고 있다. 다들 잘들 해준다’는 대화를 나눈 사실을 언급하며 “검사의 수사에 굴욕감을 느끼고 허위 증언 암기를 강요당한 사람이 이같이 검사에게 호의를 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추 장관 발언이 경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비망록이라고 불리는 서류는 한 전 총리 재판 과정에서 제출됐고, 사법적 판단을 거쳐 증거로 채택됐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이뤄진 사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있음에도 현직 법무부 장관이 이를 무시한 채 콕 찍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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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건을 직접 살펴본 검사와 수사 검사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린 사법부를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정권을 쥐고 역사교과서에 손을 대려고 했던 박근혜정부와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내려진 사건을 뒤집으려고 하는 문재인정부의 차이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귀전·정필재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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